[천자칼럼] 경제 예측
다국적기업 회장, 전직 재무장관, 옥스퍼드대 경제학과 대학원생, 런던 환경미화원 각 4명씩 총 16명에게 향후 경제성장률, 인플레율, 환율, 유가 등을 예측해달라고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10년이 지난 다음 예측 적중률의 평균을 내봤더니 환경미화원과 회장그룹이 1위, 전직 재무장관그룹이 꼴찌를 기록했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1984년 한 실험이다.

전문가들의 분석과 전망이란 게 얼마나 덧없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미국 생물·인구학자 폴 에를리히가 1968년 펴내 300만부나 팔린 책 ‘인구 폭탄’은 인구 급증으로 1970~80년대 수억명이 굶어 죽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현재 한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가 저출산으로 고민중이다. 각국 학계·정계·재계 저명 인사들로 구성된 미래예측 모임 로마클럽은 1972년 발표한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에서 석유가 31년 후 고갈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오히려 생산량은 훨씬 늘어났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경제학자도 거의 없었다.

유럽은행감독청(EBA)은 작년 7월 프랑스와 벨기에 합작은행인 덱시아가 안전하다고 평가했지만 불과 3개월 만에 파산 위기에 몰렸다. 상황이 벌어지는데도 학자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대신 뒤늦게 현란한 이론으로 포장한다. 가끔 ‘그 정도면 맞은 것과 마찬가지’라거나 ‘돌발 변수만 없었다면 예측대로 됐을 것’이란 식으로 변명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선지 갤브레이스는 “경제 예측의 유일한 기능은 점성술을 존경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자조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3.7%, KDI는 3.8%로 각각 잡았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평균치(3.4%) 보다 0.3%포인트 정도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정부가 5%, 한국은행이 4.5%를 예상했다가 실제론 3.8%에 머물자 보수적으로 잡은 모양이다. 총선 대선을 앞두고 요동치는 정치, 불안한 안보, 끝이 보이지 않는 유럽 재정위기 등 국내외 상황이 불안정한 탓도 있을 게다.

하지만 예측은 예측일 뿐 미래는 상당부분 주체들의 선택과 의지에 의해 좌우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이 자신이 조각한 여인상을 아내로 맞이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자 그 꿈이 이뤄졌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도 있지 않은가. 무작정 걱정만 하기보다 희망을 갖고 야무지게 현실에 맞서나가다 보면 뜻밖의 결과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