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미션 임파서블 '물가관리'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에 대한 마음이 애틋해진다. 지난 주말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쓴다고 없는 살림에 고기를 먹이려고 애쓰시던 팔순이 넘으신 부모님을 모시고 한우정육점을 겸해 소고기를 파는 음식점에 들렀다.

산지 소값은 폭락해 농민은 아우성인데 들여오는 소고기 값은 꼼짝도 안 한다고 음식점 주인이 묻지도 않았는데 한탄이다. 요즘처럼 손님이 없는데 싸게 팔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냐고. 최근 2년간 산지 한우와 송아지 가격이 40~60% 폭락했는데도 소비자 가격은 제자리다.

설날이 다음 주말로 다가왔는데 만원 한 장으로 과일 두세 개밖에 살 수 없던 작년 설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그때 배추와 무값이 ‘겁나게’ 올랐다. 고등어, 조기 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데다 물량마저 달려 조상님께 죄송하게도 수입품을 제사상에 올릴 수밖에 없었다.

올해 설 물가가 작년 같다면 생활고에 찌들리는 서민들에게는 또 악몽이다. 그런데 사실 공식적인 물가 잣대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작년 4.0% 오른 것만 놓고 본다면 높다고 아우성치기는 좀 그렇다. 1973년, 1979년 두 차례의 석유파동 직후에는 국내물가가 연간 40% 이상 올랐다. 좀 더 과거로 돌아가보면 해방 직후에서 1965년까지 20년간 물가는 연평균 무려 68.9%나 상승했다. 그 다음 20년은 13.1%, 최근 20년은 4.7% 올랐다.

문제는 이런 숫자가 아니라 파급효과다. 물가가 4% 상승할 때 모든 가격이 비례적으로 4%만큼 오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가상승에 대처해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는 능력에 따라 소득 및 부를 재분배하는 2차, 3차 효과가 나타난다. 아무래도 대처능력이 취약한 사회적 약자나 서민층에 더 부담이 가게 된다. 한우농가의 60%나 되는 영세농가가 소값이 오른다고 송아지를 사들여 폭락장에서 눈물을 머금고 팔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비정상적인 물가상승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여 합리적 계산을 어렵게 해 장기간에 걸친 수익예상에 근거해 이뤄져야 하는 생산적 설비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만들고 부동산 등 특정자산에 대한 투기를 조장한다. 그래서 물가안정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완전고용, 국제수지 균형과 함께 무리수를 두더라도 꼭 해야 하는 중요한 경제정책이다.

연초 정부가 물가안정 책임제를 해서 서민생활 물가안정을 꾀하겠다는 것을 두고 배추국장, 전월세실장 하며 과대해석하는 모습은 호들갑스러워 보였다. 얼마 전 보았던 영화 ‘미션 임파서블’이 생각났다.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 제5전선이라는 명칭으로 텔레비전에 방영돼 어릴 때 즐겨보았던 연속극이 있었다. 냉전시대 IMF(The Impossible Mission Force)라는 비밀조직 수사요원 5명이 팀을 이뤄 국제적인 음모를 분쇄하는 내용이다.

임무의 성격에 따라 팀장이 미인계가 장기인 여배우, 유명 전자회사 사장인 천재 기술자, 변장의 명수인 마술사까지 다양한 직업과 재능을 가진 팀원을 선정해 범죄단체들의 음모를 사전에 알아내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분쇄했다. 도화선이 타들어가며 흘러나오는 긴장감 넘치는 음악에 마음을 졸이지만 완벽한 팀워크로 매번 불가능이 가능으로 끝났다.

지금 한국 경제는 도화선이 타들어 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현안이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팀워크가 필요한 시기다. 주요품목 정책에 대해 책임을 지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IMF 비밀조직처럼 홍수, 이상기후, 잘못된 수요예측, 석유공급 중단사태 등 물가를 위협하는 상상하기 어려운 복병들을 팀워크로 극복하는 게 핵심이다. 소값 파동만 해도 1980년대 중반, 1990년대 후반, 2011년 등 세 차례 있었지만 원인은 매번 똑같았다. 지혜를 모으면 극복 못할 게 아니다. 미션 임파서블이야말로 지난 60년간 우리가 이룬 기적의 경제였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고 올해도 뛰자.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