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곽재구

[이 아침의 시] 마음
아침저녁

방을 닦습니다

강바람이 쌓인 구석구석이며

흙냄새가 솔솔 풍기는 벽도 닦습니다

그러나 매일 가장 열심히 닦는 곳은

꼭 한 군데입니다

작은 창 틈 사이로 아침 햇살이 떨어지는 그곳

그곳에서 나는 움켜쥔 걸레 위에

내 가장 순수한 언어의 숨결들을 쏟아붓습니다

언젠가 당신이 찾아와 앉을 그 자리

언제나 비어 있지만

언제나 꽉 차 있는 빛나는 자리입니다.


[이 아침의 시] 마음
새해 아침마다 새로운 다짐을 합니다. 올해는 꼭 운동을 해야지, 공부도 다시 시작하고 성과도 더 많이 내야지…. 그러나 무언가를 더 얻고 채우는 것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순간을 위해 비워놓고 닦아놓는 것도 필요합니다. ‘작은 창틈 사이로 아침 햇살이 떨어지는 그곳’처럼 가장 순수한 마음의 숨결로 닦고 비워두어야 할 자리. ‘언제나 비어 있지만 언제나 꽉 차 있는’ 그곳이 곧 ‘언젠가 당신이 찾아와 앉을’ 희망의 마음자리입니다.

고두현 문화부장·시인 kdh@hankyung.com

▶QR코드 찍으면 지난 시도 모두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