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CJ의 대한통운 인수 관련 심사가 주주총회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에야 극적으로 승인났습니다.”

CJ측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광장 관계자는 1일 “중국 상무부를 비롯한 공정거래 관련 부처가 끊임없이 자료를 요구하고 있어 딜을 클로징(종료)하는데 6개월 이상 걸렸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국내 최대 물류업체인 대한통운과 CJ의 물류부문 계열사 CJ GLS의 기업결합이 중국 정부의 발목에 잡혀 해를 넘길 뻔 했다.

국내에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1월7일 인수작업을 조건없이 허용했고, 가격협상도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중국 측의 심사는 뚜렷한 설명없이 6개월이상 질질 끈 것이다.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인 국내 기업들과 로펌업계가 중국 반독점법의 장벽과 중국 정부의 만만디 행보에 가로막혀 애를 먹는 사례다.

글로벌기업의 경우 기업 간 M&A 등으로 기업결합이 발생하면 수출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해당 국가에서 경쟁제한 여부 등 심사를 받아야 한다. 삼성전자가 2010년 말 의료업체인 메디슨을 인수할 때 브라질,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등지에서 M&A 승인을 받은 것이 그런 경우다. 기업결합 심사 대상인데도 해당 국가에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중국은 50만위안 이하)를 내야 하고, 경쟁제한성이 인정될 경우 주식 지분매각 명령까지 내려질 수 있다.

중국은 2007년 8월 반독점법을 도입, 2008년 8월1일자로 시행에 들어가면서 M&A 승인을 신청해야 하는 국가로 추가됐다. 자유로운 경쟁촉진 등 시장경제체제를 완비한다는 차원이었지만 실전경험과 관련 노하우,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시급을 다투는 외국 기업들에는 중국의 법제와 행정이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M&A 전문가들에 따르면 경쟁제한성이 없는 기업결합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은 1개월이면 심사가 끝나지만 중국은 3개월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결합이 중국 내 시장가격을 왜곡시키는 등의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할 경우 4~5개월간의 심사는 다반사다.

광장 베이징사무실의 오승룡 변호사는 “자료를 중국어로 번역해야 하는 데다 관련 시장정보를 거의 무한대로 요구하고 있어 한국 측 M&A 일정에 맞추기 힘들 때가 많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중국에서는 사전상담절차를 거치는 데 법정구비서류를 갖추지 못하면 아예 심사를 개시하지 않기도 한다. 율촌의 은성욱 변호사도 “경쟁제한성이 없는 경우 1차 심사를 거쳐 3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도록 하는 규정이 존재하지만 대부분 딜이 2차심사(최장 150일 소요)까지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또 반독점법을 자국 기업 보호막으로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코카콜라의 중국 최대 주스업체 후이위안 인수·합병 신청이 중국 상무부에서 기각당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M&A가 증가추세여서 중국 측의 심사 정체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중국 정부의 반독점법 만리장성을 뛰어넘을 해법은 없을까. 우리 정부는 반독점 관련 업무를 지원할 경쟁협력관을 내년에 중국에 파견키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국제협력과 관계자는 “현재 미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럽연합(EU), 유엔에 5명의 경쟁협력관이 나가 있는데 중국 정부와 기업 사이의 중재업무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