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29일 구속수감 되면서 SK는 충격에 빠졌다. 지난달 전격적인 SK본사 압수수색 후 50여일 만의 일이다. SK그룹은 8년 전 회장이 구속된 악몽을 떠올리며 최태원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 회장은 2003년 2월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된 뒤 이튿날 바로 구속됐다. 그해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받아 7개월 가량 복역한 뒤 후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후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고 8·15 특별사면을 받았다.

올해 선물투자 손실로 시작된 검찰 수사와 최 부회장의 구속 등 8년 전 상황이 재연되면서 SK그룹 내부 분위기는 차갑게 가라앉았다. 부회장단을 이끌며 미래 성장동력 발굴 임무를 맡았던 최 부회장의 공백으로 올초 최 회장이 짠 형제경영 구도도 일그러지게 됐다. 연말 인사는 커녕 계열사들도 내년 투자계획을 확정짓지 못한 채 검찰수사만 바라보고 있다. 매년 1월 첫 월요일에 열어온 그룹 시무식도 내년엔 ‘미정’이다. 올해 자원개발에 관심을 갖고 남미와 중동, 중국 등을 누빈 최 회장의 내년 현장 경영도 ‘보류’다. 신년마다 그룹이 뜻깊은 한해의 바람을 담아 보내는 광고도 모두 취소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최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부자, 부부, 형제 등을 동시에 구속하지 않는 관행에 따라 최 회장은 불구속으로 재판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있다. 최 회장까지 함께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SK그룹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다. 어떤 결론이 나든 재계 3위 그룹에 어울리지 않는 횡령, 비자금 등 부정적으로 덧쒸워진 이미지에 내부적으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SK 한 관계자는 “부회장 구속으로 8년 전 투명경영 약속도 깨졌다”며 “경영차질도 문제지만 행복, 사람 중심으로 쌓아온 SK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윤정현/임도원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