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성 큐브엔터테인먼트 대표 "포미닛·비스트 앞세워 'K팝 세계화' 이끌 것"
“3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가서 공항에 내렸는데 400여명의 브라질 사람들이 마중을 나왔더군요. 장현승과 윤두준(비스트 멤버), 남지현과 허가윤(포미닛 멤버), 지나 등을 사랑한다고 적은 플래카드를 흔들면서요. K팝 위상이 이 정도인가. 도대체 이게 무슨 현상일까, 저도 놀랐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지구 반대편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을 보니 감동이 더 컸습니다.”

홍승성 큐브엔터테인먼트 대표(48)의 표정에는 지난달 13일 K팝 사상 최초로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가진 공연의 감흥이 아직도 묻어났다. 소속 가수들이 섰던 ‘에스파코 다스 아메리카스’ 공연장은 4500여명의 팬들로 가득찼다. 지난해 K팝은 사상 최초로 유럽에 이어 남미로까지 보폭을 확대했다.

“이제 시작 단계일 뿐입니다. 지난해가 세계 무대에 K팝을 소개한 원년이었다면 올해는 정착 단계로 들어서야 할 겁니다. 미국과 영국의 팝 가수가 세계 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듯 K팝 가수도 유럽과 미주 대륙에서 앨범을 출시하고 공연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니버설과 소니, 워너 등 직배사들과 손을 잡아야 해요. 직배사들과 전략을 함께 짜는 것도 좋습니다. 그들의 네트워크를 빌려 세계 각국에서 앨범을 유통해야 K팝 시장을 키울 수 있거든요.”

직배사들은 지난해 SM에 속한 소녀시대 등의 앨범을 부분적으로 유통하기 시작했다. 큐브도 호주에서 음반을 판매했다. 이를 모든 K팝 가수들에게 적용, 유럽과 미국 등에서 음원과 앨범을 동시에 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배사들도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지난해 K팝 성장세가 이 같은 비전의 실현 가능성을 제공한다.

“지난해 K팝의 해외 매출이 2배 정도 성장했다고 봅니다. 큐브 매출도 2010년보다 2배 이상 늘어 200억원을 넘었습니다. 30% 안팎의 순이익을 거뒀고요. 해외 매출 비중은 같은 기간 30%에서 50% 수준으로 높아졌습니다. 해외에서 콘서트와 음원, 광고 수입이 늘고 캐릭터 상품 판매도 급증했기 때문이죠. 이런 여세를 몰아 올해는 매출 목표를 300억원으로 잡았습니다.”

그가 키운 포미닛은 이달 중 새 앨범을 내고 국내외에서 활동할 계획이다. 비스트는 2월부터 월드투어에 나선다. 중국어와 일본어 실력을 갖춘 남성 7인조, 중화권 멤버 3명을 포함한 남성 6인조도 새로 선보일 계획이다. 중국 본토와 중화권 시장을 겨냥한 아이돌그룹이다.

“세계 시장의 흐름이 아시아로 쏠리고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이 정체된 시장이라면 아시아는 급성장하는 시장입니다. 수년 내에 아시아에서 월드스타가 나올 겁니다. 그 자리는 경쟁력이 강한 K팝 스타가 차지할 겁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장벽도 많다. 중국 시장은 아직 개방되지 않았다. 때문에 5년 후를 내다보는 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 다른 나라에도 체계적인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정보 부재로 해외 시장에 무분별하게 진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각국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현지 문화와 매너를 먼저 배워야 합니다. 돈벌이에만 급급해서는 안 되고, 돌려주는 방안도 생각해야 합니다. 가령 현지인들과 협업을 모색해 그들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합니다. 이제 K팝 가수들은 해외 팬들에 대한 책임감도 느껴야 합니다. 정부와 기업 역시 다각도로 지원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K팝 한류가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파급될 수 있습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