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만 거느린 '트통령' 이외수…권력은 팔로어 수에서 나온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난 19일. 짤막한 글 한토막이 트위터를 뒤흔들었다. “전 세계에 독재가 종식되고 온누리에 평화가 도래하는 계기가 되길 빌겠습니다.”(소설가 이외수) 통상적인 메시지였지만 순식간에 수천 명이 ‘리트위트(RT·재전송)’했다. 팔로어(follower) 1위, 영향력 1위인 ‘이외수의 힘’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이외수 씨(65)는 지난달 3일 국내 최초로 ‘트위터 팔로어’ 100만명을 돌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세계에서 ‘트통령(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린다. 촌철살인의 토막글로 트위터를 점령했다. 트위터는 자신의 말만 일방적으로 퍼뜨리는 게 아니라 팔로어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트위터에서의 ‘외침’은 팔로어들의 리트위트를 통해 들불처럼 번진다. ‘팔로어 수가 곧 권력’인 이유다. 트위터를 호령하는 또 다른 권력자는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출연진(김어준·김용민·주진우·정봉주)들이다.

‘나꼼수 4인방’으로 불리는 이들의 한마디는 ‘무한RT’되며 온·오프라인 여론을 주도한다. 트위터는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51)이 실형을 확정받은 지난 22일 사법부를 성토하는 글로 도배됐다. 막강한 침투력으로 무장한 이들은 어떻게 트위터를 점령했을까.

◆이외수의 ‘트위터 점령기’

이외수 씨는 1972년 등단했다. 대표작《들개》《벽오금학도》《칼》로 1980~1990년대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했다. 발군의 상상력과 수려한 문장으로 열혈 독자층을 거느렸지만 디지털 세대에도 통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한물간 줄’ 알았던 60대 소설가는 2008년 자신의 미니블로그 글을 모은 수필집 《이외수의 생존법:하악하악》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디지털 세대의 언어로 쓴 《하악하악》으로 동시대성을, TV 예능프로그램 출연으로 대중성을 획득한 그는 곧장 트위터에 파고 들었다. 대중은 기성 문단의 엄숙주의를 걷어낸 노(老) 소설가에 매료됐다.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가 힘의 원천이었다.

그는 대중의 지지를 등에 업고 ‘4·27재·보선’ ‘10·26재·보선’ 때 맹활약했다. ‘투표만복래(投票萬福來·투표하면 복 받는다)’를 캐치프레이즈로 걸고 투표율 상승을 이끌었다. 경기도 양평군의 오디(뽕나무 열매) 제품, 강원 화천군 감성마을 절임 배추는 그의 트위트 ‘한 방’에 대박이 났다.

◆‘위로와 설득’…해방구 자리매김

“명진 스님께서 주신 108염주와 영치금입니다. 스님, 잘 있다 나오겠습니다.” 지난 24일 정 전 의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승려가 건넨 ‘달려라 정봉주! 탈옥해 정봉주!’ 메모를 첨부했다.

담담하게 실형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다른 사람의 응원메시지를 빌려 사법부에 대한 비난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펄펄 끓던 트위터 여론에 간접적으로 기름을 부은 것이다. “잊지 말자, 정치판사 이상훈. 정봉주 유죄판결 마귀, 론스타 영장기각 악마, 룸살롱 4인 회동 파문 장본인(@sarxxxxxx).” ‘정봉주 판결’ 주심이었던 이상훈 대법관은 잔인한 인신공격에 시달렸다.

정 전 의원을 비롯한 ‘나꼼수 4인방’은 술자리에서 뒷담화로 오가던 정권 비판을 공론화시켜 ‘잭팟’을 터뜨렸다. 처음부터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이들의 ‘나꼼수’는 일종의 ‘해방구’였다. ‘가카’, ‘수퍼울트라 그레이트 빅엿’ 등 이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트위터는 물론 기성 언론에까지 빠르게 퍼졌다.

◆뜨거운 ‘팔로어’ vs 차분한 ‘숙주’

이들을 추종하는 팔로어들은 뜨거운 반면 정 전 의원의 트위터처럼 이들이 모이는 ‘숙주 트위터’는 선동적 표현을 지양한다. 한마디 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기성 언론에 소개돼 생각보다 운신 폭이 좁기 때문이다. 굳이 선동하지 않고 살짝 ‘건드려’만 줘도 지지자들이 스스로 행동지침을 만들어내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숙주 트위터는 소설가 공지영, 배우 김여진, 방송인 김제동, 조국 서울대 교수처럼 주로 좌파 진영 인사들이 운영한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조롱·증오의 정서를 대변하며 대중의 감정이입·대리만족 대상이 됐다.

강요하거나 윽박지르지 않고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낸다. 직접민주주의 실현의 가치를 역설하지 않고 그저 트위터에 “투표하러 가자”고 쓰는 식이다. 친절하게 투표 인증샷도 첨부한다. 가끔 “투표율이 50%를 넘으면 옷을 벗겠다”(김제동), “투표하면 청순해져요”(강풀) 등 ‘양념’도 친다.

내용상 선동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 형식은 계도가 아니라 설득이다. 심각하고 어렵지 않게, 적절히 유머코드를 안배해 퍼뜨리는 ‘보급형 메시지’인 셈이다. 말로만 떠드는 게 아니라 실천으로 옮겨 신뢰도를 높인다. 김여진 씨가 한진중공업 고공 농성, 홍익대 청소미화원 해고 사태 현장에 나타나 여론을 환기시킨 게 대표적인 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외수 공지영 등 소설가들이 파워 트위터러가 된 것은 트위터가 감성을 잘 전달하는 매체이기 때문”이라며 “이성적인 제도인 정치를 감성적으로 보면서 감정이입을 하는 게 트위터 팔로어들의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김선주 기자 saki @hanky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