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씽풍' 對 '훈남풍'…삼성-LG '바람 대결'
새해를 앞두고 기업들이 ‘톱스타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내년 한 해 동안 브랜드와 상품을 대표할 참신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다. 경쟁사에 유명 모델을 뺏기지 않기 위해 마케팅팀엔 비상이 걸렸다. 스타들의 몸값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5일 에어컨 ‘하우젠’의 모델로 피겨선수 김연아와 4년 연속 재계약했다. 이 회사 에어컨 부문 매출은 김연아를 얼굴로 내세운 뒤 2009년 40%, 지난해 60%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김연아 효과’를 톡톡히 본 삼성이 일찌감치 재계약을 했다”며 “모델료가 1년 전속 기준 10억원 선에서 최고 15억원까지 올랐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LG전자는 이에 맞서기 위해 내년 에어컨 ‘휘센’의 모델로 탤런트 조인성을 발탁했다. 지난해 탤런트 송승헌과 한예슬, 올해 수영선수 박태환과 체조선수 손연재를 모델로 썼다가 다시 연예인 모델로 전략을 바꿨다. LG전자 관계자는 “스포츠 스타를 모델로 쓰다 보니 경쟁사와 이미지가 겹치고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내년 초 출시할 신제품을 부각시키기 위해 건강하고 진실한 이미지의 조인성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통신업계에도 스타 마케팅 경쟁이 거세다. KT는 지난달 올레 스마트 홈패드의 모델로 한류스타 이영애를 발탁해 화제가 됐다. 이영애가 출연하는 광고는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에서 1주일 만에 조회 수 35만건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KT 마케팅팀 관계자는 “경쟁사와 달리 유명 모델을 거의 쓰지 않았다가 승부 제품을 내면서 이례적으로 톱스타를 기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리콜사태 이후 반격을 노려온 한국도요타는 ‘뉴 캠리’ 모델로 톱스타 김태희를 내세워 주목을 받고 있다. 수입차 업계에서 아우디코리아와 크라이슬러코리아가 각각 영화배우 지진희와 이범수를 홍보대사로 선정한 적이 있지만 여자 톱스타를 모델로 발탁한 것은 처음이다. 김태희의 모델료는 8억원 선으로 업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요타 관계자는 “김태희의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뉴 캠리와 맞아떨어졌다”며 “한류스타 김태희를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광고 모델로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고 모델 대신 신차 주인공으로 스타를 선정해 이미지를 구축하기도 한다. 현대자동차는 올초 신형 ‘그랜저’ 1호를 현빈에게 전달한 데 이어 ‘i30’의 1호차 주인공으로 차세대 스타 송중기를 낙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빈, 송중기가 타는 차’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스타 마케팅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기싸움은 새로운 간판 모델을 선정해 투입하는 연말 연초마다 더욱 달아오른다. 한 명의 스타모델이 한 개 사업부의 명운을 좌우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다국적 광고회사 TBWA코리아 관계자는 “김연아 에어컨, 현빈 비타민 등 성공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스타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각인효과가 뛰어나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가 높아진 한류스타를 모시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