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6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조문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다.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우리 측 인사들이 조문을 위해 방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후계자 김정은과의 면담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25일 통일부에 따르면 이들은 26일 오전 8시30분쯤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평양으로 향할 예정이다. 조문은 방북 첫날 평양에 도착한 뒤 오후에 이뤄질 전망이다. 조문단은 27일 오전 평양을 출발해 육로로 귀환할 계획이다.

조문 방북단은 이 여사 측 13명, 현 회장 측 5명 등 모두 18명으로 구성됐다. 이 여사 측에서는 이 여사와 아들 홍업·홍걸씨, 큰며느리, 장손 등 김 전 대통령 유족 5명, 이 여사 수행원·주치의·경호관 8명으로 구성됐다.

현 회장 측은 장경작 현대아산 대표, 김영현 현대아산 관광경협본부장(상무) 등 현대아산과 현대그룹 임직원 4명이 현 회장을 수행한다.

이번 방북에서 김정은과의 면담이 성사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김정은은 현재 장의위원 1번으로서 김 위원장의 장례 절차를 관장하고 있다. 그는 외부에서 온 조문객을 맞으며 상주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사, 현 회장과의 면담이 성사된다면 김정은이 이들을 통해 대남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초 이 여사 측에서 방북 동행을 요구한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과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제외됐다. 이번 조문은 ‘답례’의 성격으로 규정한 만큼 김 전 대통령과 정몽헌 회장의 유족 및 실무진에 한해서만 허용하겠다는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민족화해협력 등의 민간단체에서 조문 방북을 희망하고 있지만 정부는 불허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측은 김 위원장 사망에 조문하는 남측 당국의 태도를 향후 남북 관계에 변수로 활용할 뜻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남조선 당국이 각계각층의 조의 방문길을 악랄하게 가로막고 있다”며 “이번 조의 방해 책동이 남북 관계에 상상할 수 없는 파국적 후과(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김 위원장 사망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치에 북한 당국이 처음 내놓은 공식적인 입장이다.

대변인은 이어 “온 겨레는 이번에 남조선 당국의 도덕적 한계뿐 아니라 북남 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최종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