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태원(51) 회장이 오는 19일 검찰에 소환된다.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최 회장과 검찰 간 악연의 시작은 17년 전인 1994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선경 이사대우로 34세에 불과했던 최 회장은 20만달러를 미국 캘리포니아주 11개 은행에 불법 예치한 혐의(외화밀반출)로 부인 노소영(노태우 전 대통령 딸)씨와 함께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이 돈이 최 회장의 월급과 미국에 사는 친인척으로부터 받은 결혼축의금이라는 최 회장 부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혐의 처분했다.

그로부터 1년 뒤 최 회장 부부는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대검 중수부에 다시 소환됐고 결국 미국에 불법 예치했던 20만달러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당시 수사 초점은 노 전 대통령이었기에 사법처리 대상에 오르진 않았다.

하지만 세 번째 검찰 소환 때는 사정이 달랐다.

최 회장은 지난 2003년 2월 SK그룹 1조5천억원대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돼 이튿날 바로 구속됐다.

같은 해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받았지만 그해 9월 보석으로 풀려났고,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이어 8·15 특별사면을 받았다.

9년 새 세 차례나 검찰 조사를 받았던 최 회장은 이후 경영에 매진했다.

하지만 올 4월 5천억원대 선물투자를 했다가 3천억원을 날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동생인 최재원(48) 그룹 부회장이 SK 계열사들의 베넥스인베스트먼트 투자금 일부를 빼돌려 최 회장의 선물투자에 전용한 의혹을 수사하면서 최 회장이 이를 보고받거나 지시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두고 있다.

19일 소환 조사결과에 따라 최 회장의 신병처리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검찰 조직의 총수인 한상대(52) 검찰총장과는 고려대 동문으로, 둘은 한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하기 전 종종 테니스를 함께 칠 정도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지난 8월 한 총장의 인사 청문회 당시 야당은 이런 인연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SK 수사의 공정성을 물고 늘어지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