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고객 감동 방송광고] 칠성사이다, '순수 청년' 엄태웅과 무인도 1박2일
소풍을 가기 전날 먹을거리를 챙기는 순간, 설렘은 극에 달한다. 그 황홀경 속에서도 잊지 않고 챙기던 음료가 바로 ‘칠성 사이다’. 캔 음료가 거의 없던 시절 가방 속에 칠성 사이다 병이 행여 깨질까 수건으로 고이 말아 챙기던 음료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순간의 경험(experience)은 요즘 방송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포맷이다. ‘남자의 자격’을 시청하면서 합창대회에 참여하거나 모터사이클을 몰면서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를 생각하고 ‘1박2일’을 보면서 이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곤 한다.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지난날의 추억에 빠지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광고나 마케팅에서도 ‘브랜드 경험’을 통해 소비자들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브랜드 경험이란 소비자의 마음 속에 브랜드가 생성되어 가는 방식이다. 요즘의 마케팅이나 광고는 날 사달라는 ‘buy me’도, 날 좋아해 달라는 ‘love me’도, 날 알아달라는 ‘know me’도, 날 믿어달라는 ‘believe me’도 아닌 책임감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자는 ‘marry me’다. 광고의 가장 중요한 역할도 소비자와 브랜드 간의 브랜드 경험을 통해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소비자들은 이성적인 구매 결정을 하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이성보다는 감성, 합리적이기보다 충동적이다. 광고에서 브랜드 경험은 소비자들이 이성적일 뿐 아니라 감성적인 존재이기도 하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지난 7월에 방송된 롯데칠성음료의 ‘칠성 사이다’ 광고의 매력은 직접적으로 제품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15초 동안 ‘칠성 사이다’의 맑고 깨끗함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대한민국의 무인도를 찾아서’라는 주제 아래 최근 들어 ‘1박2일’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엄태웅이 청정 해역 통영의 무인도 소지도를 찾아, 섬과 바다 그리고 희귀야생화 등을 카메라로 담는 장면이 매력적으로 포함돼 있다.

15초라는 매우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 광고는 한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무인도 섬에 내 자신이 직접 들어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이번 광고에서는 예능프로그램에서 ‘국민 순둥이’라 불리는 엄태웅을 기용해 더 눈길을 끈다. 광고는 그동안 칠성 사이다가 백두산, 한라산, 지리산 등 대한민국 곳곳의 맑고 깨끗한 자연을 담아온 전통을 이어 이번에는 섬들을 배경으로 모델 엄태웅이 답사하는 모습을 담았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의 생명들이 탄생의 경이를 선물하는 이곳! 여기는 대한민국의 무인도 소지도다. 우리가 지켜야 할 맑고 깨끗함, 칠성 사이다.”

엄태웅이 직접 화자가 되어 친숙하게 들려준 카피는 맑고 깨끗한 자연의 경이로움을 표현하는 데 손색이 없었다. 이를 통해 ‘칠성 사이다’라는 브랜드 경험을 충분히 전달했고, 소지도의 때묻지 않은 자연경관과 그속에서 살고 있는 천연기념물 204호 팔색조, 희귀 야생화 초종용, 바닷게의 모습을 마치 소비자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공감의 통로로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2011 고객 감동 방송광고] 칠성사이다, '순수 청년' 엄태웅과 무인도 1박2일
이 광고가 소비자와 브랜드 간의 관계를 이어주기 위해 간접적인 브랜드 경험을 주었다. 이런 브랜드 경험은 ‘브랜드 스토리(brand story)’를 통해 소비자와 공감할 수 있는 감성적 고리 역할을 충실히 했다. 브랜드 경험과 브랜드 스토리를 통해 소비자가 직접 소지도의 자연과 교감하고 공감하며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한다.

출근길, 거울에 비친 나를 점검하는 것은 단순히 자기 만족이라기보다는 오늘 나를 만나는 이들에게 내 가치를 어떻게 평가받을 것인지를 의식하는 행위일 수도 있다. 타인의 경험을 통해 자신을 평가받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 소비자에게 좀 더 나은 브랜드 경험을 제공해 스스로 빛나는 브랜드가 되어볼 필요가 있다.

엄태웅이라는 모델이 배를 타고 직접 소지도를 방문하고 자연과 교감하는 모습을 촬영하는 영상을 담아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감성적 고리 역할을 충실히 한 광고로 평가할 수 있다. 공중파 방송광고의 특성상 15초라는 시간에 브랜드 경험과 브랜드 스토리의 두 가지 특성을 모두 담기는 쉽지 않지만 섬세한 기획력과 연출을 통해 매우 적절히 표현했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도 ‘속편은 본편보다 못하다’라는 말이 있지만 소비자들은 ‘칠성 사이다’ 광고에서 만큼은 이러한 진리가 깨지길 간절히 소망할 것이다. 벌써부터 ‘대한민국의 무인도를 찾아서’라는 다음 캠페인이 기대된다.

한광석 <남서울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