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미국 시민인 백인 여성과 결혼해 아들까지 낳은 자메이카 국적 흑인에게 2년 가까이 입국 비자를 내주지 않아 논란이 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제니 메삼(38)은 지난 2009년 1월 자메이카에서 흑인 청년 제이슨 메삼(23)과 결혼식을 올렸다.

제니는 백인이고 게다가 유대인이며 미국 시민인 반면 제이슨은 흑인인데다 기독교도이며 무엇보다도 피부가 까만 흑인이라서 둘의 결혼은 예사롭지 않았다.

더구나 제니가 무려 15년 연상이라는 사실도 논총을 받았다.

2009년 6월 제니가 자메이카에 휴가를 갔을 때 만난 둘은 그러나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이였고 지난 6월에는 아들 도 낳았다.

하지만 둘은 단란한 가정을 꾸리지 못한 채 제니는 로스앤젤레스, 제이슨은 자메이카에 따로 산다.

미국 이민국이 '가짜 결혼으로 의심된다'며 제이슨에게 미국 입국 비자 발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제이슨은 결혼한 뒤 자메이카 킹스턴에 있는 미국 대사관 영사과를 찾아갔다.

영사는 몇가지 질문을 던지더니 아내와 함께 오라며 돌려보냈다.

두달 뒤 제니는 임신 5개월의 몸으로 킹스턴으로 날아와 영사와 면담했다.

영사는 '어떻게 만나자 마자 결혼을 할 수 있느냐' 또는 '15년 연하와 결혼하는게 정상적이냐'는 등 불쾌한 질문을 던졌다.

제이슨에게는 '당신 아내라는 여자가 임신한 아이가 당신 아이라고 어떻게 확신하냐'는 모욕적인 질문도 했다.

그리고 나서도 비자가 발급됐다는 소식은 없었다.

이민국에 문의할 때마다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이며 완료되면 알려주겠다"는 답변 뿐이었다.

기다리다 못한 제니는 지역구 연방 하원의원 헨리 왁스먼에게 청원을 넣었다.

이민국이 왁스먼 의원실에 보낸 민원 회신에는 놀라운 말이 적혀 있었다.

자메이카 주재 미국 대사관 비자 담당 영사 리처드 월시 명의로 된 회신에는 제이슨의 미국 입국을 위한 거짓 결혼이라는 의심이 들어 정밀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조사는 2년까지 걸릴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제니와 제이슨의 사연을 12일 (현지시간) 보도한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아이가 아버지를 아직도 만나지도 못한 게 너무 가슴 아프다"는 제니의 심경을 소개했다.

남편과 영영 미국 땅에서 함께 살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종종 몸서리친다는 제니는 그러나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제니는 "언젠가 누군가가 외서 '우리가 실수했습니다'라고 말해 줄 때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 훈 특파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