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올레에 관한 책 출간 '나의 올레는 어디인가?'
올레길에 대한 책이 또 한 권 출간됐다.

걷기 여행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제주의 올레는 이후 걷기 열풍을 불러 일으켰고, 팔도 이곳저곳에 이런저런 올레들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진정한 올레는 제주다. 문에서 큰 길에 이르는 조붓한 길을 뜻하는 제주의 사투리가 ‘올레’이기 때문이다.

‘나의 올레는 어디인가?’ 저자는 자신이 걸었던 길과 그 중간중간 노닥거렸던 자연, 그 길에서 만났던 사람, 이 땅 이곳저곳에서 생각했던 역사의 단편들이 자신의 올레라고 말한다. 서울 혜화동의 낙산과 대학로를 소개하는 꼭지에서 저자는 말한다.

“비경 따윈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어찌 없겠는가만, 보다 보면 오십 보 백 보일 테니, 그보단 자신에게 의미 있는 나름의 ‘비경’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게다. ‘그 시절’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그 담벼락과 골목이, 이제는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걸 보면, 그게 맞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가 소개하는 ‘그의 올레’에는 제주 올레나 전남 장성의 축령산 같은 여행지도 있지만, 서울 종로구 청운동이나 오래된 도시 군산의 골목도 있다. 유명한 전주 한옥마을에서는 고개 들이밀고 훑어본 결과 그 분칠에 씁쓸해하고, 답사 1번지로 꼽혀도 손색 없는 서산의 개심사는 몇 해 전 만난 소나무 수피와 몹시 춥던 날 커피를 건넨 수퍼마켓 아저씨에 대한 고마움이 개심사의 아름다움에 앞서기도 한다.

그는 집 근처 김포 장릉에 들러 추존왕의 삶을 생각하다, 거꾸로, 왕이었다 폐위된 광해군의 묘를 찾아 남양주를 향한다. 서울성곽길을 걸을 때는 거대도시 서울의 생태를 주재하는 것이 돈이 아닌 사람들의 삶이기를 바란다. 결국 그 대상이 자연이든 그 속에 난 길이든, 사람이든, 사람이 만들어 온 역사든, 저자가 보고 싶은 건 사람이다. 때로는 자신이기도 하고 때로는 남이기도 하다. 첫 꼭지로 실린 제주올레 16코스를 소개하는 글 말미에 나온 이런 대목은 이를 증명한다.

“모든 길에는 누군가의 기억이 배어 있다. 기억은 기쁨이나 슬픔일 수 있고, 때론 온전한 삶 자체일 때도 있다. 길을 걷는 건 열량을 소비하기 위한 신체 사용 행위가 아니라 다른 삶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 혹은 몸부림이다. 그 작은 절실함들이 모여 새로운 길을 만들고, 나에게는 나만의 ‘올레’가 탄생한다. 여행이란 결국 다른 이의 세상을 들여다보거나 내가 살아온 세상을 돌아보거나, 둘 중 하나다. 결국 같은 말이지만.”

누군가는 새로운 풍경을 보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는 맛있는 음식을 맛보기 위해 길을 떠난다. 저자는 여행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그는 위로를 얻었다고 말한다. 애당초 위로를 받고자 떠난 여행은 아니었지만, ‘훌쩍’ 떠나 도착한 곳에서 ‘오도카니’ 보낸 시간들은 결국 위로로 돌아왔다고 말한다. 저자는 건지는 게 없다고 하지만, 이런 여행의 반복은 콩나물시루의 물처럼 작지만 단단한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위로가 곳곳에 있는 건, 삶이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여행의 풍경들을 떠올리며 위안을 얻고, 나를 돌아보려 노력한다. 그런데 여행은 내게 위안을 주었지만, 내 성찰은, 뭐, 늘 실패의 연속이라 건지는 게 거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