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국 인력 힘 합쳐 '동영상 족집게 검색'…글로벌 시장 도전장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구글은 인터넷 검색 서비스 회사다. 1998년 설립된 구글은 문자 검색으로 세계적인 업체로 성장했다. 서울 용산우체국 뒤에 있는 엔써즈(대표 김길연·33)는 동영상검색 기술을 토대로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업체다. 2007년 4월에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 5일 KT가 김길연 엔써즈 대표, 본앤젤스벤처투자회사, 스톤브릿지캐피털 등으로부터 35%의 지분을 약 200억원에 사들여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로써 KT는 기존 지분 10%를 합쳐 총 45%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다만 경영은 창업자인 김 대표가 맡는다.

서울 용산우체국 뒷골목 주택가. 작은 4층짜리 빌딩에 있는 엔써즈에 들어서면 특이한 게 세 가지 있다.

첫째, 미국 프랑스 스웨덴 인도 일본 우크라이나 등 다양한 외국인이 모여 있다. 어학원도 아닌데 왜 여러나라 사람이 있는 것일까. 엔써즈는 동영상검색 전문 벤처기업이다. 동영상을 초당 4~5개의 프레임으로 나눈 뒤 이들의 특징을 추출해 원본이 같은 영상을 찾아내는 기술을 갖고 있다. 김길연 대표는 “하루 약 50만건의 신규 동영상을 처리하고 있으며 약 3억건의 동영상을 검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수많은 동영상 중에서 원하는 것을 곧바로 찾아내는 기술이다.
7개국 인력 힘 합쳐 '동영상 족집게 검색'…글로벌 시장 도전장
이곳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안드레 디트마이어(미국)를 비롯 애슐리 질로메(미국), 데이비드 롱종(프랑스), 존 소마르크(스웨덴), 안드리 샤슈칼로프(우크라이나), 로빈 칼리아(인도) 등 6개국 15명이다. 전체 직원 70명의 20%가 넘는다. 이들 중에는 한국에서 근무하는 외교관 자녀도 있고 외국 국적 동포도 있다. 한국인을 포함하면 모두 7개국 사람이 모여서 일한다. 이들 중 디트마이어는 해외사업부 팀장, 질로메는 디자이너 겸 브랜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소마르크는 숨피미디어(엔써즈가 인수한 세계 최대 영어권 한류 커뮤니티 사이트)의 마케팅 팀장, 롱종은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다.

김주연 엔써즈 홍보팀장은 “전체 외국인 중 5명은 컴퓨터공학 등을 전공한 소프트웨어 개발자이며 나머지는 글로벌화를 추진하기 위한 마케팅 등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대부분 학사나 석사 출신이라고 덧붙였다.

둘째, 월요일 저녁마다 포커판이 벌어진다. 이 회사는 월요일 오후 8시부터 지하 카페에 포커판을 개설한다. 단합과 소통을 위한 것이다. 이곳에서 맥주나 차를 마시면서 포커를 즐긴다. 직장 동료는 물론 외부 손님도 초대해 자연스레 친교가 이뤄지도록 한다.

셋째, 출·퇴근이 자유롭다. 김 대표는 “출퇴근은 아무도 체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알아서 일하고 퇴근하라는 게 방침이다. 그는 “대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서 일할 수 있는 사람만을 뽑는다”고 덧붙인다.
7개국 인력 힘 합쳐 '동영상 족집게 검색'…글로벌 시장 도전장


엔써즈는 2007년 4월 설립됐다. 이 회사의 핵심사업은 동영상검색 서비스이고 이의 핵심기술은 ‘동영상 핑거프린팅(Video Fingerprinting)’이다. 이 기술은 동영상을 초당 4~5개의 프레임으로 나눠서 각각의 특징을 추출 분석한 다음 다른 동영상과 비교해 원본이 같은 동영상을 자동으로 찾아준다. 예컨대 제목은 달라도 내용이 같은 동영상이 1000건 나온다면 이는 하나로 묶는 것이다. 그러면 같은 1000건의 동영상을 뒤지는 수고를 덜 수 있는 것이다.

이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온라인 동영상 광고 플랫폼-A, 콘텐츠 모니터링 및 유통 관리 솔루션 플랫폼-V, 동영상 유통 관리 플랫폼인 애드뷰 등을 국내 주요 포털사인 다음 KTH NHN SK컴즈와 방송 3사 및 100여개 웹하드사에 제공했다.

포스텍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KAIST에서 같은 분야로 석사학위를 받은 김 대표는 2000년대 초 지인들과 함께 벤처기업 SL2를 창업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 당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다. 김 대표가 몸담았던 SL2는 음성인식 및 합성 기술로 관심을 끌었지만 IT 버블 붕괴를 넘지 못했다. 그 뒤 KAIST 박사과정에 진학했으나 도전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다시 사업의 꿈을 키워갔다. 프리랜서로 활약하면서 금전 문제도 해결해나갔다.

유명 프리랜서 개발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고 2007년 창업에 나선 것이다. 이로 인해 박사과정은 중간에 접었다. 서울 강남의 방 한 칸을 빌려 세 명이 시작했다. 그 뒤 서너 번의 이사 끝에 지금의 용산에 둥지를 틀게 된 것이다. 그가 새롭게 도전한 분야는 ‘동영상 검색’이다. 현재 시중에서 사용되는 동영상 검색 엔진은 파일 제목으로 검색한다. 예컨대 박지성을 검색하면 수천건 수만건이 뜬다. 원하는 동영상을 찾기가 어렵다. 시간 소요도 많다. 이는 중복된 검색 결과들이 많이 뜨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복 동영상을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그는 “이런 기술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엔써즈가 설립된 2007년은 전 세계적으로 유튜브와 UCC 열풍이 불던 시기였다. 김 대표는 “앞으로 동영상이 쌓이기 시작하면 이를 검색하고, 정리하는 기술이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

이어 개발된 게 ‘플랫폼-V’다. 이는 웹하드와 P2P에 업로드된 콘텐츠를 모니터링해 파일 정보를 알아낸다. 뿐만 아니라 저작권자와 콘텐츠 유통업자가 자신의 저작물이 어떤 제목으로 어떻게 편집돼 어떤 곳에 유통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엔써즈는 동영상 검색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강화하기 위해 영어권 및 프랑스어권 한류 온라인 미디어를 인수해 운영 중이다. 금년 2월 인수한 숨피(숨피닷컴·Soompi.com)는 1998년 영어권에 개설된 한류 온라인 미디어다. 지난해 200여개국에서 5100만명의 한국 대중문화 팬들이 숨피를 방문했다. 올해는 1억명 이상이 숨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에는 프랑스 한류 열풍에 힘입어 프랑스어권 최대의 한국 대중문화 온라인 미디어인 ‘KPOP.FR’와 ‘kpopfrance.com’도 인수했다. 이들은 프랑스인에 의해 운영돼 왔다. 김 대표는 “이들 2개 미디어(KPOP.FR, kpopfrance.com)를 ‘숨피 프랑스’로 통합했다”며 “프랑스 캐나다 모로코 튀니지 등 프랑스어권 국가뿐만 아니라 벨기에 스위스 영국 등 전 세계 128개국 한류 팬들을 공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7개국 인력 힘 합쳐 '동영상 족집게 검색'…글로벌 시장 도전장

엔써즈는 현재 일본과 중국에 진출해 있다. 일본은 지난해 파트너사를 통해, 미국은 한류 미디어인 숨피를 통해 자회사를 각각 설립했다.

김 대표는 “해외 동영상 사이트들을 검색해 보면 한국 드라마나 가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우리 동영상 검색기술을 활용하면 한국 문화 콘텐츠 저작권을 보호하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자산은 사람과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기술은 KAIST 서울대 스탠퍼드대 포스텍 등에서 컴퓨터 과학 및 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주축이 돼 개발하고 있다. 영업 및 사업은 10년 이상 엔터테인먼트 산업 및 미디어 분야의 경력자들이 뛰고 있다.

김 대표는 “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최대한 자율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성원들은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자신감과 보람으로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