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오르지?" 묻지마 급등株 속출
연말 증시에 ‘묻지마 급등’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며칠째 주가가 ‘쩜상’(시가 저가 고가 종가가 모두 상한가여서 일봉이 점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나타내는 속어)을 나타내는데도 회사 측에서 그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는 종목도 있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급등 종목 가운데는 시세 조종이 의심되는 사례도 있다”며 “개미투자자들이 뒤늦게 추격 매수에 나서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묻지마 급등 종목 잇달아

동성화학은 최근 묻지마 급등으로 인터넷에서 최대 화제주로 떠올랐다. 지난 5일로 12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은 마무리됐지만 그 이후에도 하루 동안 하한가와 상한가 근처를 오락가락하는 아찔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6일의 경우 장 시작 직후 하한가인 1만7450원으로 떨어져 한동안 이 수준을 유지하다가 점심시간 무렵부터 급등해 결국 9.76% 오른 2만2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7일에도 한때 9.78%까지 하락했다가 상승세로 돌아서 장 막판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한국거래소는 혹시 있을지 모를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8일 하루 동안 이 종목을 거래정지시킬 방침이다.

동성화학의 ‘바통’은 진양화학 우성사료 등이 이어받는 분위기다. 진양화학의 경우 최근 3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이날 191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 기간 상승률은 50.98%다.

지난달 24일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우성사료도 강세를 이어갔다. 5,6일 이틀 연속 상한가로 마감한 뒤 7일에는 한때 1.33% 하락해 조정받는 듯했지만 강세로 전환해 결국 이날 종가는 6.29% 오른 2790원을 나타냈다.

◆원인 모르거나 근거 약해

이들 종목의 특징은 주가가 급등한 근거가 매우 약하거나 회사 측에서조차 급등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성화학은 단열재와 흡음재로 사용되는 ‘멜라민 폼’이라는 소재의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지난달 말 발표한 게 재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기술 개발이 아직 상용화 단계에는 접어들지 못했고 당초 1조7000억원이라고 알려졌던 관련 시장 규모도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 최근의 상승세는 과하다는 지적이다.

진양화학과 우성사료의 경우 회사 측에서조차 급등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사례다. 회사 IR 담당자들은 “주가가 급등하면서 여기저기서 이유를 묻는 전화가 걸려오는데 우리도 제대로 답변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시세 조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스몰캡팀장은 “동성화학의 경우 대표적인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저평가 종목으로 꼽히기는 했지만 최근 주가 흐름은 완전히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는 가운데 주가가 급등한 점도 의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5일의 경우 이 종목은 6870주가 거래돼 전체 유통 주식 수(3분기 말 기준 371만4610주)의 0.18%만 움직였을 뿐이었다. 미미한 거래량에 의해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추격 매수 피해야

전문가들은 “개미투자자들이 최근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면서 손실을 한번에 만회하기 위해 이들 종목을 추격 매수하는 건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상투’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지난 8월 700원대에서 주가가 오르기 시작해 지난달 25일 장중 연 고점(3880원)을 찍었던 위지트는 이후 차익 매물이 쏟아지면서 3500원(7일 종가)까지 밀린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묻지마 급등 종목의 경우 급등 후 일정 기간 조정을 받다가 ‘반짝’ 재상승하는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투자자들이 이때 뛰어들었다가 상투를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종목들은 아예 쳐다보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