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엽 '死卽生' 승부수 통했나…채권단, 하루만에 워크아웃 졸업 합의
팬택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졸업을 위해 연말까지 해소해야 하는 채무액이 당초 알려진 4500억원보다 1200억원 많은 5700여억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팬택과 워크아웃 협약을 맺은 산업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 채권단은 신디케이트론을 통해 이 가운데 협약 채권액인 3400억원을 리파이낸싱(차환)하는 데 합의했다.

예정대로 리파이낸싱이 이뤄지면 팬택은 이달 중 4년9개월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하게 된다. 박병엽 부회장의 사퇴 하루 만에 채권단이 신디케이트론에 사실상 합의하자 금융계에선 박 부회장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팬택 주채권은행인 산은 관계자는 7일 “협약 채권단 금융회사 대부분과 신규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온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신디케이트론을 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며 “세부적인 작업을 거쳐 이달 중 리파이낸싱을 끝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팬택이 워크아웃을 졸업하려면 우선 협약채권인 3400억원(원화 2138억원, 외화 1562억원)에 대한 리파이낸싱이 선행돼야 한다. 채권단은 협약채권 3400억원 중 2000억원은 1000억원 상당의 김포 공장을 담보로 하는 신디케이트론으로, 1300억원은 기한부어음(usance)으로 리파이낸싱할 예정이다.

또 미협약채권 2300억원 중 2000억원은 팬택이 채권을 담보로 하는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발행해 상환하고, 남은 300억원은 현금으로 갚기로 합의했다.

산은 관계자는 “협약 채권단 전체에 신디케이트론 참여를 강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11곳 가운데 광주은행 등은 신디케이트론 불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워크아웃 협약 채권은 금융회사별로 만기와 이자율 담보액 등이 제각각이다. 반면 신디케이트론은 여러 금융회사가 동일한 대출만기와 이자율로 돈을 빌려주는 중장기대출이다.

채권 금융회사들은 현재 신디케이트론 규모와 공동담보를 회사별로 얼마나 제공할지를 놓고 막판 조율작업을 벌이고 있다. 1500억원의 워크아웃 채권을 갖고 있는 산은은 기존 담보 207억원을 신디케이트론의 공동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시훈/이상은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