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딸 버린 아인슈타인…인간 과학자 그렸죠"
박 교수는 7일 기자와 만나 “나는 기본적으로 위대한, 훌륭한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며 “내가 해 온 일을 돌아볼 겸 또 과학자이기 전에 한 인간인 그들이 세상에 어떤 발자취를 남겼는지 정리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1권 ‘한국의 과학자들’ 편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과학 발전에 뚜렷한 공헌을 한 국내 과학기술자 92명의 생애를 서술했다. 2권에서는 해외 과학자들 63명과 함께 개화기 연희전문학교에서 근대 천문학 강의를 한 칼 루퍼스 등 한국에서 활동한 외국 과학자 9명의 생애를 다뤘다. 루퍼스는 국내 ‘천문학 박사 1호’ 고 이원철 박사의 은사다.
박 교수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발간하는 월간지 ‘과학과 기술’ 등 잡지 및 신문에 기고한 글과 외부에 싣지 않은 글들을 서로 씨줄과 날줄로 엮어 이 책을 만들었다. 그는 “울분과 환희,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일반 역사와 달리 과학사는 선형적인 인간 기술 발전을 서술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분야”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잠시 신문기자로 활동하다 유학을 떠나 미 캔자스대에서 사학 석사, 하와이대에서 사학 박사학위를 땄다. 그는 “당시 외국에 나가 너무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이학 전공을 하기는 힘들 것 같아 차선책으로 과학사를 택했다”고 말했다. 귀국한 후로는 한국외대에서 30여년간 과학사 전담 강의를 했다. 서울대 이화여대 등 서울 주요 대학 중 그의 강의를 개설하지 않았던 곳이 거의 없을 정도다.
박 교수는 엄청난 연구·개발(R&D) 자금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은 연구성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로 문과 인력에 치중된 사회 시스템을 꼽았다. 그는 “연구·개발이라는 게 결국 장비 돈 등을 주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치열하고 지루하게 한 가지 일만 하라는 건데 ‘신’ 이 안 나면 제대로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연구자들도 격려와 배려에 웃고 우는 사람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인들의 사기가 별로 높지 않은 국내 과학기술계의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박 교수는 “1960~1970년대만 하더라도 ‘두 개의 세상’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문과와 이과 간 벽이 높았고 소통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현재도 거의 변한 게 없는데 지금은 기술과 창의적 발상이 경쟁력인 시대”라며 “과학기술 교육을 강화하고 연구인들의 사기를 높여 과학기술 분야로 인재를 많이 끌어올 방법을 온 사회가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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