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금 바닥나고 첫 제품은 혹평…꿈이 있기에 버텼다"
“The gold prize goes to Stronghold Technology(금상 수상자는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입니다).”

우종욱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 대표(31)에게 ‘11월4일’은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날이다. 올해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국제 아이디어·발명·신제품 전시회(iENA 2011)’에서 커피용 ‘스마트 로스터’로 금상을 수상한 날이기 때문이다. 뉘른베르크 전시회는 스위스 제네바, 미국 피츠버그 발명전시회와 함께 세계 3대 전시회다. 입상하면 세계시장에서 품질력을 인정받을 수 있어 브랜드 인지도 확대와 함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

우 대표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지난 2년 동안의 고생을 씻어내고 커피콩을 볶는 수동 위주의 로스터 시장에 ‘자동 스마트 로스터’ 바람을 일으킨다는 꿈을 꾸고 있다. 브랜드 및 일반 커피숍은 물론 궁극적으로 모든 가정에 스마트 로스터를 보급한다는 구상이다.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우 대표의 꿈은 원래 유명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었다. 평소 미국 뉴욕의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일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렸던 그는 대학 3학년이던 2002년 생각을 바꾸게 된다. 우연찮게 인도로 해외 자원봉사를 떠난 길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 이 세상 곳곳에 아주 많다는 걸 알고 난 뒤 진로를 취업에서 창업으로 바꿨다는 설명이다.

“돈을 많이 벌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가난과 질병에 신음하는 오지를 찾아 교육·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고 자립을 지원하는 게 꿈입니다.”

창업을 결심한 우 대표는 먼저 경영에 필요한 지식을 쌓기 위해 고려대 경영학회 ‘미래기업가모임’(FES)에 들어갔다. 커피를 사업 아이템으로 정한 것도 이때였다. 한 스터디 모임에서 ‘커피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로스터는 수동이 주류다’라는 내용의 자료 문구가 눈에 띄었다고 했다. “모든 것이 자동화되고 있는 산업 흐름에 맞춰 커피 로스터도 자동화를 하면 시장이 생겨나겠구나”라고 판단한 것이다.

아이템은 정했지만 막막했다. 커피는 매일 마시지만 관련 지식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당장 모든 브랜드의 커피숍이 밀집한 서울 명동으로 향했다. 커피 로스터가 정말 수동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수많은 가게를 돌아다니며 일일이 물어봤다고 한다. 다음 과제는 창업 멤버 확보였다.

그는 “수소문 끝에 프로그래밍 경력 10년차와 커피숍 근무 경력 4년차를 비롯해 다른 직장을 다니고 있던 4명을 섭외했다”며 “정체된 커피 산업을 혁신시키자는 데 뜻을 같이한 고마운 동료들”이라고 말했다.

이제 자동 로스터를 만드는 일만 남았다. 커피 전문서적을 읽고 서로 토론하며 커피산업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해 금형 업체에 시제품 생산을 위탁하기까지 전 과정을 직접 챙기며 강행군을 했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9월 첫 시제품을 내놓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평가는 냉혹했다. 커피 전문가들은 “한마디로 맛이 없다”고 면박을 줬다. 다시 제품을 끌어안고 수정과 보완, 분해와 조립을 반복하는 사이에 창업자금 3000여만원이 바닥을 드러냈다. 우 대표는 “제품이 전혀 팔리지 않는 가운데 통장마저 비어가 월급날이 올 때마다 두려움이 앞섰다”고 말했다.

이런 가슴앓이를 거쳐 올 8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고, 바로 그 제품이 뉘른베르크 전시회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지난해 첫 제품에 혹평을 퍼부었던 전문가들은 “놀라운 맛을 만들어냈다”며 스스로 대외 홍보를 자처하고 나섰다. 새 제품은 9가지 로스터 기능을 내장, 수동 대비 비용이 5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게 우 대표의 설명이다. 소비자가 원두를 맞춤형으로 볶을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드럼에 원두를 넣고 가열하는 온도와 시간, 압력, 수분 등의 제반조건을 직접 설정해 원하는 맛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원두 종류도 브라질, 콜롬비아 등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요즘 이 제품은 유명 브랜드 커피숍과 레스토랑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해외 수출도 성사 단계다.

그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기 때문”이라며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것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초심을 떠올리며 버텨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