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택선 교수의 생생 경제] (17) 물가지수의 개편
통계청이 소비자물가지수를 개편하면서 때아닌 ‘꼼수’ 논란에 휩싸였다. 통계청은 지난 11월 말 소비자물가지수의 기준연도를 2005년에서 2010년으로 바꾸면서 지수 작성을 위한 구성항목의 일부를 교체하고 가중치를 변경하는 정례적인 지수개편 작업을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동안 정부의 물가 안정목표치인 연 4%를 크게 웃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개편 후 딱 4%가 되면서 목표치 범위 내로 물가상승률을 맞추기 위해 지수를 ‘요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은 것이다.

경제통계는 경제의 규모와 내용이 변화하기 때문에 항상 같은 기준을 적용해서 작성할 수 없다. 소비자물가와 같이 일부 품목을 뽑아서 조사하는 경우, 사람들이 많이 쓰는 재화나 서비스의 품목 자체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항목을 넣고 빼거나, 가중치를 조정하는 일은 통계의 현실반영도를 높이기 위해선 당연한 작업이다.

이렇게 항목을 변경하면 지수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기준연도를 변경해야 하고 이에 따라 과거의 통계도 모두 새로운 체계와 기준연도에 따라 수정해야 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표본을 선정해서 조사하는 통계여서 기준연도가 되는 해가 지난 다음 해에 지수개편 작업을 한다. 예를 들면 2005년이 기준연도가 되는 개편 작업은 2006년 12월에, 2010년이 기준연도가 되는 지수의 개편작업은 2011년 12월에 하는 식이다.

기준연도를 설정해 주기적으로 개편 작업을 하는 대표적인 경제통계가 국내총생산(GDP)이다. 그런데 GDP의 경우 기준연도는 물가에서의 기준연도보다 훨씬 중요한 의미가 있다. 바로 실질GDP를 계산하는 데 기준연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질GDP는 경제의 생산능력을 알아보는 지표로 올해의 생산량에 기준연도의 가격을 곱해서 산출한다. 가격이 변해서 GDP가 늘어나는 부분을 제거하고 순수하게 생산능력의 향상으로 늘어나는 부분만을 계산하기 위한 것이다.

GDP 역시 5년을 단위로 기준연도를 조정하는데 GDP의 경우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많아 기준이 되는 해가 3년가량 지난 후에 지수개편이 이뤄진다. 2005년을 기준연도로 한 개편작업은 2008년에 이뤄졌다.

통계청이 소비자물가지수를 개편한 후 처음으로 발표한 11월 중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2% 올라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개편 전의 체계를 적용하면 물가상승률이 4.6%가 될 뻔 했다니 개편의 효과를 보긴 본 셈이다. 금반지를 제외시킨 것이나 통상 12월에 하던 개편을 11월에 한 것 등으로 오해를 받기는 했으나, 지수개편 작업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이제 물가를 잡을 수 있는 지혜를 당국과 국민 모두가 차분하고 냉정하게 고민할 때다.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 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