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마시며 그림 산책…"미술 대중화 이끌겠다"
“최근 들어 기업들이 소비자와 더욱 친근하게 소통하기 위해 아트 마케팅에 적극적인 것 같아요. 스위스의 대표적 금융그룹인 UBS나 PPR(피노프랭탕르두트)그룹, 펩시코 등이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사들인 뒤 사옥에 전시해 상당한 홍보 효과를 거뒀죠.”

커피와 빵 등을 먹고 미술품을 감상하며 구매도 할 수 있는 ‘아트 카페’ 체인 ‘마노핀 갤러리’ 사업을 펼치고 있는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63·사진). 그는 “기업들이 상품 홍보뿐 아니라 문화 이미지를 브랜드에 덧씌우기 위해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아트 마케팅의 진화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1990년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세운 미스터피자를 21년 만에 국내 피자업계 1위로 만든 주인공. 경남 진주고와 단국대 법정대를 나온 그는 장인의 권유로 1974년부터 동대문시장에서 ‘천일상사’라는 섬유 도매상을 경영했다. 1989년 한국 진출을 노리던 ‘일본 미스터피자’ 사장과 만나 피자 사업에 뛰어들었고 지금은 400여개의 체인점을 거느리게 됐다.

최근에는 ‘미술의 맛있는 외출’을 컨셉트로 한 신개념 아트 카페 ‘마노핀갤러리’ 체인 확장에 신경을 쏟고 있다. 미술이 기업문화의 젖줄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널리 알리고 젊은 예술인들을 지원하면서 회사의 이미지까지 높이는 아트마케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그가 서울 반포에 갤러리 개념의 마노핀 카페를 개설한 때는 2008년. 이후 최근까지 방배, 서래, 선릉, 창동, 이대 인근 등 5곳에 체인점을 열었다.

“아트카페 사업은 국내 미술가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미술 문화를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기존의 식음료 문화와는 차별화되는 ‘아트컬처’를 지향하면서 국내 작가들이 작업한 그림이나 조각을 주로 보여주지요.”

정 회장은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춘 개성 넘치는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해 신선한 재미와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노핀 카페는 3개월 단위로 전시물이 바뀐다. 이달 주제는 ‘한국의 선’. 창동점에서는 원로 작가 임옥상 씨의 작품전, 방배점에서는 장욱진 씨의 소품전이 열리고 있다. 반포점에서는 원로 조각가 최종태 씨의 추상 조형작업을 감상할 수 있다. 선릉점(오윤), 이대점(이응노), 서래점(윤명로)에서도 국내 유명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정 회장은 “21세기 기업인은 문화를 전도하는 최고경영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식 사업에도 감성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물질적 허기만 채워줄 게 아니라 눈도 즐겁게 하고 취미도 업그레이드해주는 아트 전략으로 고객에게 다가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미술도 이제는 일부 특권층의 향유물이 아닌 일반 대중들의 놀이가 돼야 합니다. 기업에서 미술품은 직원이나 고객들에게 창의력을 북돋워주거든요.”

그는 아트 마케팅을 하면서 기업 경영과 삶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기업 경영에서 미술을 애호하는 것은 작품의 재화적 가치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간파했다는 것이다. 그는 “외식사업 오너에게는 미래 사업이 중요하다”며 “오늘을 보고 미래를 전망하는데 미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향후 유행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피하우스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방배동 사옥의 미피하우스 개관에 맞춰 김윤희 하명은 구교수 박진성 최영록 등 마노핀갤러리 공모작가 5명을 선정했다”며 “올해부터 미술품 구입비로 매년 10억원을 책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2011 한국을 빛낸 창조경영’ 윤리경영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