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이냐 해체냐…169명 제 갈길로
한나라당이 간판을 내리는 수순으로 가고 있다. 신한국당에서 간판을 바꿔 단 지 14년 만이다. 홍준표 대표는 일단 의원들로부터 재신임을 받았지만, 지도부는 출범 다섯 달 만에 사실상 와해됐다. 169명을 태운 한나라호(號)는 제각각 살길을 찾아야 할 판이다.

유승민 원희룡 남경필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7일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이에 따라 지난 7·4 전당대회를 통해 당선된 선출직 지도부 5명 중 홍 대표와 나경원 최고위원 2명만 남게 됐다. 나 최고위원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뒤 출근을 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한나라당 선출직 지도부는 홍 대표 혼자 남은 셈이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한 건 홍 대표의 사퇴와 당 쇄신이다. 하지만 홍 대표는 사퇴를 거부하고 승부수를 띄웠다. 오후에 열린 의총에서 “여러분이 ‘홍준표 안 된다’고 하면 흔쾌히 나가겠다”고 말하고 회의장을 떠났다.
4시간 가까이 진행된 의총에선 “지금 개혁을 주장한 의원들이 개혁 정책을 내놓은 일이 있었느냐. 입으로만 개혁하고 당내 문제가 있을 땐 상처를 보듬을 생각은 안 하고 소금을 뿌린다”(홍준표) “최고위원의 당이 아니라 전국 수백만 당원의 당으로 더 키워야 한다”(김충환) 등의 옹호론이 적지 않았다. “이 정도면 결판난 것 아니냐. 시간이 갈수록 더 비참해질 뿐”(정두언)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태어나기 위해 동반사퇴해야 한다”(원희룡) “동반사퇴를 해 공간이 비어야 새로운 에너지를 채울 수 있다”(남경필) 등 사퇴론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논란 끝에 홍 대표를 재신임하는 쪽으로 어설프게 봉합됐다.
쇄신이냐 해체냐…169명 제 갈길로
홍 대표는 일단 신임을 받았지만 당분간이다. 배를 움직이기 위해 각 계파의 시나리오는 달라지고 있다. ‘최대주주’인 박근혜 전 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게 일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과 정두언 의원 등의 주장이다. 조기 등판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태근 황영철 홍정욱 김성식 등 서울·수도권 초선의원들로 구성된 쇄신그룹은 당을 완전히 해체한 뒤 재창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 대표도 “이미 재창당할 수 있는 계획, 로드맵과 대안을 갖고 있다”고 했지만, 쇄신그룹들은 홍 대표의 재창당 로드맵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탈당까지 검토하겠다는 분위기다. 탈당파로 지목된 K의원은 기자와 만나 “의견에 동조하는 의원들과 따로 모임은 갖지 않겠지만 의견 조율을 통해 입장을 정리해 주말께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전여옥 차명진 권택기 김용태 신지호 안형환 조전혁 의원 등 주로 반(反)박계 의원들은 헤쳐 모이는 과정을 통한 보수 연합을 주장하고 있다. 조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기득권을 버리고 (보수정당이) 하나가 돼야 한다”며 “적어도 100여명의 의원들이 이런 부분에 심정적으로 동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재후/도병욱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