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해외서 빡세게 5년만 굴러라"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세요.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도, 성공도 없습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75)이 대학생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6일 수원 아주대 팔달관 108호 강의실에서 ‘글로벌 영 비즈니스 포 베트남’이란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다. 90여명의 학생들이 몰려 극장식 강의실 좌석(60석)과 중앙 통로까지 꽉 채웠고, 일부는 강의실 뒤쪽에 서 있어야 했다.

오후 4시30분. 짙은 네이비 색(남색) 양복에 넥타이를 맨 김 전 회장이 등장하자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맞았다. 김 전 회장은 “1~2분 먼저 와서 기다리려고 했는 데 미안하다”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고령인 탓에 목소리에 다소 힘이 없었지만 강의 내내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특유의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직장인으로서 첫 출장국이 베트남이었다”고 운을 뗀 그는 자신이 주로 머물고 있는 베트남 사례를 들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김 전 회장은 “국내에서만 일자리를 찾으려 하지 말고 해외에 나가서 멀리 보고 성공하는 사람이 돼라”고 조언했다.

그는 “홍콩 싱가포르는 인구가 500만명 정도밖에 안되는 데다 중국의 영향권에 있어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이에 비해 베트남은 9000만명의 인구에 땅이 크고 자원이 풍부해 포텐셜(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베트남에는 인맥이 많고 ‘대우’에 대해 굉장히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어 15년가량 지나면 베트남이 홍콩과 싱가포르보다 앞서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전 회장은 “자신감은 하루 아침에 생기지 않고 실패하면서 생긴다”고 강조했다. 또 “여기서 대기업에 취직해봤자 힘들고 취직하기도 어렵다”며 “차라리 그럴 바에야 도전의식을 갖고 한 5년 정도 (베트남에서) 빡세게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처음에 취직을 했다가 7년 만에 회사를 나왔다”며 “대기업에 안 가더라도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에 취직하면 얼마든지 클 수 있고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덧붙였다.

한 시간가량 이어진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이 질문을 쏟아냈다. 한 학생이 ‘베트남 정부에 부정부패가 많다’고 지적하자, 김 전 회장은 “정치자금을 낸 적이 한 번도 없다. 거기에서 번 돈은 거기에 투자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베트남 총서기가 나를 찾아와 영국과 프랑스의 정상회담을 개최할 장소가 없다며 힐튼호텔과 똑같은 호텔을 지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며 “10년 적자를 각오하고 갔는데 결국 베트남 정부로부터 세금면제도 받고 (현지 사업에)많은 도움이 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베트남 현지 기업의 임금과 생활여건에 대한 질문을 연달아 던지자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길을 찾으려고 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자신의 자서전을 언급하며 “학창시절에도 시간을 쪼개 공부를 하고 일했다. 지금껏 휴가도 없이 일만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김 전 회장은 7일 베트남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이건호/정태웅/김재후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