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용품 300만弗 수출…스위스 접수한 포피아
지난 5일 스위스 취리히 빈터투어에 있는 현지 최대 백화점 마노의 애완견 용품 매장. ‘포피아’라는 팻말이 걸린 애견 의류와 액세서리 코너에는 애완견과 함께 쇼핑 나온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 백화점에 입점한 한국 브랜드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포피아가 유일하다.

애완견 용품매장 담당 직원 알프레드 크네흐트 씨(32)는 “스위스 사람들은 불필요한 곳에 단돈 1달러도 쓰지 않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전에는 애완견 사료나 개목걸이 등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며 “포피아가 들어온 후부터 계절 의류와 액세서리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고부가 애완용품 수출

포피아는 애견용품 업체인 패숀팩토리의 대표 브랜드로 강아지 의류와 가방 방석 주얼리 등 액세서리를 주로 생산한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 영국, 노르웨이 등 50여개국에 수출하는 포피아 브랜드를 앞세워 올해 300만달러의 수출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2008년 연간 100만달러를 수출한 이후 규모가 세 배로 급증했다.

특히 진입장벽이 높기로 유명한 스위스에서 선전하고 있다. 2008년 말 스위스 시장에 첫 발을 내디딘 뒤 중·고가 애완견 용품 시장의 50%가량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현지 최대 백화점인 마노를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뚫은 것을 비롯해 프레스나비 등 주요 애완견 용품 관련 매장 250여개사에 제품을 납품한다.

포피아가 글로벌 애완견 용품 시장에서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한 덕분이다. 이 회사는 국내 애완견 용품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국가공인 ‘디자인 연구소’를 개설할 정도로 제품 디자인에 공을 들이고 있다.

포피아의 현지 에이전트사인 포피아스위스의 마이클 마스트로이아니 대표는 “계절별 의류와 개성 있는 디자인 등 일반 애견용품과 차별화되는 포피아의 경쟁력이 보수적인 스위스인의 지갑을 열게 만든 요인”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찍고 독일로

현지 에이전트와의 긴밀한 협조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점도 스위스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포피아스위스는 높은 기대 수준을 가진 보수적인 스위스 소비자를 잡기 위해 패션쇼와 애견 콘테스트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고, 포피아는 이를 위해 매출액의 20%가량을 마케팅에 투입하고 있다. 또 대형 프렌차이즈 유통업체를 잡기 위해 현지 에이전트의 도움 아래 마노의 애완용품 담당직원을 스카우트하기도 했다.

스위스는 시장은 크지 않지만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이 매우 까다롭고 영어, 독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4개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기 때문에 ‘유럽의 테스트마켓’으로 불린다. 포피아 역시 스위스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 계약을 진행 중이다.

김윤태 KOTRA 취리히 무역관장은 “유럽시장에는 스위스에서 성공한 제품에 대한 강한 신뢰가 형성돼 있다”며 “틈새시장을 노린 중소기업이 품질과 마케팅 경쟁력을 갖고 진출할 경우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인근 유럽국가까지 공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취리히=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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