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장 '안정형' 맹형규·박범훈 부상
이명박 대통령은 당초 이번 주말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던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후임 인선을 국회가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킨 뒤로 미루기로 했다. 예산안 처리 등 현안을 일단락지은 뒤 새로운 청와대 진용을 출범하겠다는 것이다. 새 대통령실장 후보는 관료조직을 장악해 주요 정책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6일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가) 새로운 진용을 갖추려면 새해 예산안이 국회에서 처리돼 한 고비를 넘겨야 한다”며 “대통령실장 교체는 연말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오는 14일부터 시작되는 각 부처의 새해 업무보고는 임 실장과 백용호 정책실장 체제에서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원래 알려진 것보다 대통령실장 교체를 늦춘 것은 신임 실장 인선이 자칫 정치권의 반발을 불러 예산안 처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사실상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대통령실장 인선이 쉽지 않은 점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차기 대통령실장의 발탁 기준은 임기 말 권력누수를 막고 조직을 장악해 국정과제 등을 꼼꼼히 챙길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때 거론됐던 세대 교체형 ‘젊은 대통령실장’ 보다는 경륜 있는 안정형 실장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지금까지 거론됐던 후보 중에선 이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며 법무부 장관을 지낸 송정호 청계재단 이사장과 청와대 정무수석과 특보를 지낸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문화예술정책위원장으로 활약했던 박범훈 교육문화수석비서관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 대통령의 신뢰 측면에선 송 이사장이, 당청 관계 등을 관리해낼 정치 경륜의 측면에선 맹 장관이 앞선다. 박 수석은 임 실장의 후원회장이었던 인연으로 임 실장 측 지원을 받고 있다. 또 제3의 경륜형 인물로는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이름도 나온다. 윤 전 장관은 글로벌 경제불안에 대비한 포석이 될 수도 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