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개표 49.99% 지지 획득..국정장악력 약화 전망

4일(현지시간) 실시된 러시아 총선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이끄는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 득표가 위협받는 수준으로 지지율이 급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러시아 여당은 여타 정당과의 협력이 불가피할 전망이며, 이런 지지율 하락은 푸틴의 내년 재집권 가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집권 후 국정 장악력도 현저히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AFP 통신은 선거구의 75%에서 개표가 완료된 상황에서 통합러시아당이 49.99%를 득표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개표 상황을 전했다.

제1야당인 공산당은 19.35%를, 중도좌파 성향의 '정의 러시아당'은 12.98%를 각각 득표했으며, 극우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이 11.8%를 얻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개표율 70% 상황에서 통합러시아당이 49.94%를 득표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고 전했으며, AP 통신은 개표가 62%가량 진행된 가운데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의 득표율이 50.06%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출구조사 결과 여당의 득표율은 50%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됐으며, 개표 완료 시 여당 득표율은 과반에 미달하거나 간신히 절반을 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폼(FOM)이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통합러시아당은 지지율이 46%에 그치고 공산당은 21%, 정의 러시아당은 14.1%, 자유민주당은 13.2%를 각각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통합러시아당은 하원(국가두마) 의석 수도 과반에 못 미치는 220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 2007년 총선에서 통합러시아당이 64%를 득표해 하원 전체 450개 의석 중 315석을 확보했었던 것과 비교하면 지지율이 현저히 하락한 것이다.

당시 확보 의석은 개헌을 시도할 수 있는 3분의 2 수준(300석)을 웃도는 것이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투표 종료 후 "통합러시아당은 총선에서 정치적 영향력에 걸맞게 선전했다"며 "하원의 세력 판도는 국가의 실질적 정치 세력 판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잡한 하원의 의석 분포를 고려할 때 여러 사안에서 (여당이 다른 정당과) 제휴성 블록을 형성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며, 이것이 의회주의이고 민주주의"라며 "파트너 정당 대표들도 이를 위한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푸틴 총리도 총선 결과에 대해 "실질적 상황을 반영하는 최선의 결과"라며 "우리는 국가의 안정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러시아 여당의 득표율 저하는 투표 이전부터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여당 득표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푸틴 총리와 통합러시아당의 장기 집권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커진 점을 꼽았다.

특히 2000~2008년 대통령직을 2기나 연임하고 헌법상의 3기 연임 금지 조항에 밀려 총리로 물러났던 푸틴이 다시 크렘린 복귀를 선언한 것이 중산층 이상 엘리트 계층에 상당한 불만을 샀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경제상황 개선과 부정부패 척결이 진전을 보지 못해 현 정부의 국정 능력에 대한 전반적인 실망감이 확산한 점도 지지율 하락의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여론조사업체 FOM의 알렉산드르 오슬론 회장은 "통합러시아당이 차기 의회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정당들과 연립 정부를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