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CEO의 '기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직원 편하게 하는 서비스공급자…권위 버리고 배려하며 소통해야
이토키 기미히로 < 소니코리아 사장 itoki@sony.co.kr >
이토키 기미히로 < 소니코리아 사장 itoki@sony.co.kr >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이 최고경영자(CEO)다. CEO라는 직함은 어떤 것일까. 필자는 CEO가 ‘권위(authority)적인 존재’라기보다는 ‘기능(function)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일상적인 경영 판단이나 최고결정권자로서의 기능도 있지만 특히 외국계 회사에서는 본사와 지사를 연결하는 동시에 임직원 또는 사업 파트너의 의견을 본사에 전달하는 이익 대표자로서의 기능도 있다. 내가 제일 중시하는 기능은 최적의 업무환경을 만들어 임직원 모두를 편안하게 해주는 기능, 즉 최상의 서비스 공급자로서의 기능이다.
소니코리아 사옥 이전 프로젝트를 직원들에게 위임해 스마트 오피스를 구축하고, 창조적인 공간과 편의 공간을 넓게 조성했다. 그만큼 사장실을 대폭 축소하고 심지어 책상도 심플하고 작은 것으로 교체했다. 당연히 직원들이 기뻐할 줄 알았는데, 사장실을 보고 나서 오히려 볼멘 소리를 쏟아냈다. 사장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는 회사의 CEO 집무실다운 권위를 느끼기 어렵다는 불만이다. 나는 개의치 않았지만, 직원들의 기분과 한국의 관습을 존중하기 위해 인테리어를 조금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해외에 부임해 그 나라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겸손한 태도로, 임직원들과 친근해지며 내면까지 깊숙이 파고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럴 때 ‘CEO의 권위’라는 것은 오히려 방해가 된다.
한국에서 캐주얼한 스타일은 가끔 임직원들에게 지적받기도 한다. 부임 초기 기아차의 빨간색 ‘쏘울’을 구입하고 싶었지만 CEO에게는 부적합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옷차림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는 조금 멋스럽게 입는 것이 낫다는 충고를 받았다.
부임지의 관습을 존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임직원의 충고나 지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옷차림도 한국 스타일에 맞췄다. 이제 예전에 알던 사람을 만나면 “와~, 한국에 가더니 분위기가 상당히 바뀌었군요”라는 말을 듣는다.
모두가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CEO라는 직함을 최대한 활용해 임직원, 사업 파트너,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CEO의 기능’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와서는 한발 더 나아가 그 나라의 관습에 맞게 방법을 바꾸면 기능이 더욱 원활해진다는 것을 배웠다. ‘무엇을 하는가’만큼 ‘어떻게 하는가’도 중요하다는 것을 한국에 와서 실감하고 있다.
이토키 기미히로 < 소니코리아 사장 itoki@son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