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다이어트' 전쟁…연비는 높이고 배기량은 줄이고
“심장을 줄여라… 하지만 더 강해져라.”

최근 자동차 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다운사이징’이다. 다운사이징은 차량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거나 엔진의 크기를 줄이면서 연비와 성능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업체들은 점점 강화되는 연비 및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에 적응하기 위해 낮은 배기량에서도 높은 출력을 내는 ‘엔진 다운사이징’에 집중하고 있다. 엔진의 성능을 강화하려면 연료의 연소효율을 높여야 하므로 자연스레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어들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다운사이징으로 가장 화제가 된 차는 ‘푸조 508 악티브 e-HDi’다. 508은 푸조의 플래그십 세단으로 크기가 준대형급이다. 하지만 이 차에는 1600㏄ 디젤 엔진이 장착됐고 연비가 22.6㎞/ℓ에 달한다. 최고출력은 112마력, 가속성능을 나타내는 최대토크는 29㎏·m다. 일반적으로 3000㏄급 엔진이 장착되는 준대형 세단에 절반 크기의 엔진을 장착한 것이다. 푸조 관계자는 “푸조의 기술력으로 연비와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더 뉴 CLS 63 AMG’는 배기량을 기존 모델보다 800㏄ 줄이면서도 최고출력은 11마력, 최대토크는 7.2㎏·m 향상시켰다. 연비는 8.2㎞/ℓ로 이전보다 34% 높아졌다. 아우디의 준중형 세단 A4의 고성능 버전인 S4는 3000㏄ 6기통 가솔린 직분사 TFSI 수퍼차저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33마력, 최대토크 44.9㎏·m,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3초다.

이는 S4 옛 모델보다 배기량은 1200㏄ 작아졌고 실린더의 개수도 8기통에서 6기통으로 줄였지만 최대토크는 3.1㎏·m 늘어났고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걸리는 시간도 0.5초 빨라졌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321(g/㎞)에서 275(g/㎞)로 낮아졌다.

국내에선 쏘나타·K5 터보가 다운사이징의 대표적인 예다. 이들 차량에 탑재된 ‘쎄타Ⅱ 2.0 터보 GDi’ 엔진은 연료를 연소실에 직접 분사해 연소효율을 높이는 ‘연료 직분사 방식’과 배기가스를 이용해 압축한 공기로 터빈을 돌려 엔진 출력을 높이는 ‘터보차저’ 기술이 적용됐다. 이 같은 방식으로 엔진크기는 2400㏄에서 2000㏄로 작아졌지만 최고출력은 271마력으로 2400㏄ 모델의 201마력보다 70마력 높아졌다. 가속성능을 나타내는 최대토크도 37.2㎏·m로 두 배 가까이 올라갔다.

현대차의 디젤 다운사이징 기술은 폭스바겐을 겨냥하고 있다. i40 디젤모델은 동급 폭스바겐 ‘파사트 2.0 TDI’를 앞선다. i40의 연비는 18㎞/ℓ인 반면 파사트는 15.1㎞/ℓ다. 출력은 모두 140마력으로 비슷하다. i40는 파사트보다 배기량이 작은 1700㏄짜리 엔진을 장착했음에도 연비와 출력 면에서 앞서거나 비슷한 기량을 보이는 것이다.

이달 출시된 i30도 1.6디젤 모델의 연비와 출력이 각각 20㎞/ℓ와 128마력으로 골프 1.6TDI(21.9㎞/ℓ·105마력)와 경쟁할 만한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폭스바겐 역시 ‘골프 1.4 TSI’를 내놓으며 한층 끌어올린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 모델은 배기량이 1390㏄이지만 160마력의 힘을 내고 최대토크도 24.5㎏·m로 2000㏄ 이상의 성능을 갖췄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다운사이징은 성능향상과 연비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술”이라며 “업체들 간의 다운사이징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엔진 다이어트' 전쟁…연비는 높이고 배기량은 줄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