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증오세로 가는 '일감 과세'
“정부안보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더 강화되면 이중과세 등 문제가 많아요. 하지만 법은 어차피 국회에서 만드는 거니 어쩔 수 없잖아요.”(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

정부가 내년도 세제개편안에 포함시킨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국회에서 기업들의 부담이 더 커지는 방향으로 수정될 조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조세소위가 가동되기 전에 이미 “정부안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상태다.

정부안은 몰아주기를 받는 기업의 ‘세후 영업이익’에 ‘몰아주기 거래비율’(거래비율-30%)을 곱하고 다시 3%를 넘는 주식보유비율을 곱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세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하거나 거래비율에서 30% 빼주는 것을 배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재정부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우선 세전 영업이익에 과세하면 법인세와 중복과세 문제가 생긴다. 또 거래비율에 30%를 빼주지 않으면 ‘문턱 효과’가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세제실 관계자는 “거래비율이 29%면 세금을 전혀 내지 않지만 31%면 전체 이익에 대해 내야 해 조세 저항이 거세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내야 할 전체 세금을 먼저 계산하고 지분율에 따라 개인별 부담을 정하자는 야당의 주장도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개인별로 얼마를 낼지 따지는 것은 세제의 상식 아니냐는 것이다.

애당초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 자체에 부정적이었지만, 정치권 주장에 밀려 결국 입법에 나섰다. 공청회 등으로 공론화되면 입법 논의가 중단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불합리성을 잘 아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무척 안타깝다.

여당인 한나라당까지 소득세 감세를 철회한 것도 모자라 최고구간 신설로 증세를 추진하자 정부는 완전히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여당이 청와대의 감세 철학까지 정면으로 부정하고 나선 마당에 우리가 무슨 힘이 있겠느냐”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단독 비준까지 이뤄지면서 ‘부자 증세’는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지난 8월 공청회를 마치고 나온 한 세제 전문가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제도 자체가 불완전해 소송이 잇따를 것이다. 민심을 얻으려고 너무 무리하는 것 같다.”

서욱진 경제부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