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물건너 갈라…스팩, 주가 부양 '안간힘'
한 증권사의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담당 임원은 최근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읍소’에 가까운 합병 기업설명회(IR)를 가졌다. 또 다른 스팩주는 합병기업의 대표가 기관을 돌며 설득작업을 벌였고, 또 다른 증권사는 합병회사 홍보를 위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스팩 합병을 잇따라 승인하고 있지만 스팩 운영 증권사와 기업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 안건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주가가 낮다 보니 자칫 무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팽배하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총을 앞둔 스팩주 4개 중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웃도는 곳은 이트레이드스팩1호밖에 없다. 이트레이드스팩1호도 공모가 대비 0.75%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하나그린스팩, 신한스팩1호, 교보KTB스팩 등 나머지 3개 종목의 주가는 공모가보다 2~8%가량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주총 전까지 스팩주 주가가 공모가를 넘어서지 못하면 합병 통과를 장담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주들로선 합병에 반대해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스팩에 공모가 수준으로 주식을 되팔 수 있어 오히려 이득이기 때문이다. 반대 표를 줄이기 위해서는 주총 전에 주가가 공모가 이상으로 올라야 한다.

증권사들은 특히 기관들의 태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30%씩 투자한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반대하면 합병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차익 거래를 노린 투자자들이 늘다 보니 스팩의 성공 여부가 단기 주가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