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간 친구가 샘낼 '高卒신화' 쓸 것"
“대학도 합격하고 회사에도 붙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대우조선을 택할 겁니다. 친구들이 4년간 대학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저는 여기서 돈 벌고 경험을 쌓으면서 공부도 해 저만의 꿈을, 기적을 이뤄내고 싶습니다.”(강보라·미림여고 3학년)

“나중에라도 입사를 후회하고 대학에 가고 싶다면 어떻게 할 겁니까.”(남 사장) “정말 필요하다고 느끼면 노인대학을 가더라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김형상·문정고 3학년)

27일 서울 다동 대우조선해양 사옥 3층. 서울과 수도권 소재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 98명이 대우조선의 고졸 사무관리직 채용을 위한 면접에 참여했다. 얼굴엔 자신감이 묻어났다. 대부분 내신 1, 2등급을 받은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었다. 대학에 가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돈을 벌고 일도 배우겠다고 스스로 결심한 이들이다. ‘대학을 나와야 성공한다’는 한국 사회의 묵계(默契)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지는 듯했다.

충분히 대학에 갈 만한 성적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고졸 사무관리직에 도전한 이유는 뚜렸했다. 김군은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도 열심히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대학 진학을 고집하는 부모를 설득하고 나온 지원자도 적지 않았다. 정군은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지만 대우조선에서 내 꿈을 키우는 게 더 빠른 길이라고 설득해 도전하게 됐다”며 “입사하게 되면 선박 설계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소개했다.

고졸 청년들은 당찼다. 당돌하기도 했다. “회사 생활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뭐냐”는 질문에 ‘신뢰와 책임감’이란 뻔한 답보단 “일을 즐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한 남학생은 ‘앙골라의 외진 지역으로 혼자 발령을 내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외국인 친구를 많이 만들면 된다”고 답했다. 한 여학생은 ‘대학에 간 친구들처럼 미팅할 시간이 충분치 않을 것’이란 말에 “조선업체엔 남자 사원들이 많아 괜찮다”고 했다.

물론 학연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한국 사회에서 고졸 학력만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 걱정을 토로한 학생도 있었다. 한 지원자는 “대학에 들어가 동아리에 가입하고 미팅을 하고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솔직히 부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다만 남들이 대학에 다니는 동안 나는 다른 꿈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 위안을 얻고 용기를 냈다”고 털어놨다.

대우조선은 지난 19일부터 이날까지 전국 12개 지역을 순회하며 사무관리직 고졸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면접을 했다. 지난달 원서 접수 때부터 지원자가 넘쳤다. 과학고 같은 특목고 학생들과 일반계·실업계 고교 출신 중 내신이 1, 2등급인 학생들만 500여명이 몰렸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