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美 견제 발언..아세안과는 협력 강화 약속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연일 미국의 개입을 견제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1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14차 중국·아세안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외부 세력은 (남중국해 문제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라고 밝혔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올해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논의하려는 미국에 대한 경고성 발언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는 "남중국해 분쟁은 수년간 지속돼온 문제"라면서 "이는 관련 당사국 간에 우호적 협의와 직접 논의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중국해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하게 매장된 곳이자 국제적인 수송로로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은 이곳의 영유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쪽에서는 중요한 무역로로, 앞서 19일 열리는 EAS에서 남중국해 분쟁 문제가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미국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으나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들에는 전략적인 상호 신뢰와 모든 영역에서의 실질적인 협력 강화 약속했다.

원 총리는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으며 어떤 패권적 행위에도 반대한다"며 "중국은 영원히 아세안의 좋은 이웃이자 친구,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가 깊고 복잡한 변화를 겪고 있으며 세계경제가 상당기간 불확실성과 불안정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하고는 "중국과 아세안은 함께 설정한 목표를 향해 확신을 갖고 침착하게 손을 맞잡고 전진해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양측이 전략적 소통과 상호 신뢰를 강화하는 가운데 경제와 사회발전을 최우선시하면서 아세안의 중심적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공정하고 평등한 국제 정치·경제 질서를 구축해가자"고 주문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합의 완전 이행 ▲중·아세안 협력위원회 조기 설립 ▲중앙은행간 금융협력 강화 ▲실질적 해상협력 확대 등을 제안했다.

원 총리는 "중국과 아세안 관계는 굳건하며 잠재력이 크고 약속된 미래가 있다"며 "중국은 아세안의 영원한 좋은 이웃이자 친구, 동반자로서 긴밀하게 협력해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신화통신은 아세안 회원국 지도자들이 원 총리의 제안을 크게 반겼으며 중국과 긴밀한 협력과 전략적 상호 신뢰 강화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반대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는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 총리는 하루 앞서 17일 아세안 순회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새 회원국 가입이 EAS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면서도 "정상들의 전략적 토론의 장인 EAS는 기존의 성질과 방향을 굳게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미국을 향한 견제성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2005년 출범한 EAS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모두 16개국으로 구성됐으나 미국과 러시아가 이번에 처음 참여해 18개국으로 늘어났다.

(누사두아<인도네시아>·베이징연합뉴스) 인교준 특파원 김정은 기자 kjihn@yna.co.kr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