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이 보험 사업을 매각하는 것을 포함해 총 7000억원가량의 자금 조달에 나서기로 했다. 웨스트파인골프장,영랑호 리조트 등 레저사업도 대부분 포기하고,주력 사업을 증권 · 가전 · 발전소 운영 등으로 압축한다는 게 그룹의 계획이다. 영업을 해서 번 돈보다 이자 비용이 더 많은 자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한 긴급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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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그룹은 17일 "동양생명의 경영권 매각 방안을 동양생명 최대주주인 보고인베스트먼트와 협의중"이라며 "매수 희망 회사가 우리가 원하는 가격을 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동양생명 경영권 회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던 것에서 보험업 포기 가능성을 내비친 셈이다.

동양그룹은 지난 3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계열사가 보유한 동양생명 지분 44%를 보고펀드에 매각했다. 일단 급한 불을 끈 다음 돈을 다시 벌면 경영권을 되찾겠다는 의지에서 지분 30%에 대해선 우선매수청구권(콜옵션) 조항을 걸었다.

동양그룹이 당초 계획을 바꾼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동양생명 지분 60.7%를 보유한 보고펀드의 집요한 설득이다. 보고펀드는 올 3월 전에도 2007년부터 유상증자 참여 등을 통해 지분을 16%가량 매집했다. 이 지분을 먼저 팔려고 했으나 경영권 없는 지분 매각은 실효가 없다고 판단,이참에 경영권을 통째로 매각하자고 동양그룹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2년 뒤 콜옵션을 행사할 때까지 기다리기엔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도 동양그룹이 입장을 바꾼 배경이다. 동양그룹은 지난해 말 부채총액(1조6290억원)이 자산총액(1조5372억원)을 넘어서는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올 상반기 25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이자비용으로 439억원이 빠져나갔다.

동양생명이 공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은행 쪽에선 동양그룹의 '선(先) 콜옵션 포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콜옵션 포기는 이사회 결정 사항이다. 동양그룹은 먼저 가격을 본 다음 포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매각 가격이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양그룹은 보고펀드에 생명 지분 44%(주당 1만8000원,약 8530억원)를 넘길 당시 계열사들을 통해 1615억원을 넣었다. 매각 가격이 높아야 회수 금액도 높아진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주당 3만원 안팎이면 보고펀드의 제안에 동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보고펀드가 갖고 있는 60.7%의 가치는 2조원까지 치솟는다. 동양그룹도 보고펀드에 출자한 지분과 동양종금증권이 보유한 생명 지분(3%)을 매각하면 많게는 5000억원가량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동양그룹은 웨스트파인골프장,영랑호 리조트도 팔 계획이다. 두 곳의 예상 회수 금액은 각각 900억원씩 1800억원가량이다. 골프장은 골프존 등 여러 업체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골프존은 이날 "인수 계획이 없다"고 공시했다.

자산 매각을 통해 약 7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한 뒤 동양그룹은 증권 · 가전 · 발전쪽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동양그룹은 지난 9월 그룹 성장을 견인할 '메가 컴퍼니'를 출범시키는 차원에서 동양메이저와 동양매직을 합병했다. 당시 동양매직의 렌털,가전수출 부문을 주력 수익 사업으로 성장시키고 플랜트 사업을 신수종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박동휘/강동균/좌동욱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