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의 '뚝심'…특허괴물 램버스에 2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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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반독점 소송 승소…120억弗 배상 위기 넘겨
SK도 '경영 리스크' 해소
SK도 '경영 리스크' 해소
하이닉스반도체가 미국의 '특허괴물' 램버스와의 반독점 소송에서 이겼다. 지난 5월 램버스가 제기한 D램 특허침해 소송에 이어 '2연승'을 거뒀다. 무엇보다 이번 소송은 패소할 경우 13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배상금을 물어야 했다는 점에서 하이닉스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하이닉스를 인수할 SK텔레콤 입장에서도 인수 이후 경영 리스크를 해소하게 됐다.
◆120억달러 배상 위기 넘겼다
하이닉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법원에서 진행된 램버스와의 반독점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17일 발표했다. 배심원단은 16일(현지시간) 1심 선고를 앞두고 표결을 한 결과 12명 가운데 9명이 "램버스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소송은 2004년 시작됐다. 램버스는 자신들이 개발한 차세대 D램 기술인 'RD램'이 성능면에서 훨씬 뛰어난데도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인피니언,지멘스 등 반도체 제조사들이 담합해 'DDR(더블데이터레이트)'이란 기술표준을 채택했다고 주장했다. 또 담합으로 39억달러의 손해를 봤다며 피해배상을 요구했다. 램버스는 2005년 6월에도 삼성전자를 상대로 같은 소송을 냈다.
램버스의 공세에 인피니언과 지멘스는 2005년 램버스에 일정액을 주고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조건으로 굴복했다. 삼성전자도 작년 1월 램버스에 7억달러를 지급하고,2억달러 상당의 램버스 주식을 매입하는 조건으로 화해했다.
반면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끝까지 버텼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소송에서 질 경우 램버스가 정한 손해액의 세 배에 달하는 120억달러를 배상해야 하는 위기를 맞을 수 있지만 램버스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판단 아래 화해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배심원 결정에 대해 램버스는 항소할 계획이지만 결과가 뒤바뀌기는 힘들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하이닉스는 지난 5월에도 램버스가 제기한 D램 특허침해 소송 2심에서 이겼다. 당시 소송은 2000년 8월 램버스가 제기한 것으로 1심 법원은 하이닉스에 4억달러의 손해배상금과 로열티를 지급하라고 결정했지만 2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권오철 사장은 "특허침해 소송에 이어 반독점 소송에서도 이기면서 램버스와의 소송전에서 승기를 잡았다"며 "특허괴물들의 무분별한 소송에 앞으로도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램버스 악몽' 완전히 떨쳐내
램버스는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에 공포의 대상이다. 1990년 설립된 이 회사는 원래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특허 괴물'로 변신했다. 1280개에 이르는 반도체 제조특허 기술을 활용,소송을 제기해 로열티를 받아내는 게 주력 사업이다. 올해 예상 매출 2억3300만달러가 모두 로열티 수입이다.
하이닉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램버스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하이닉스의 발목을 잡았다. 하이닉스가 유동성 위기에 몰려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웠던 2000년 특허침해 소송을 냈으며,하이닉스가 워크아웃 상태에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던 2004년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두 소송 모두 회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만한 것이었다.
따라서 하이닉스 입장에선 올 들어 연이은 승소로 11년간 이어진 '램버스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번 승소는 하이닉스를 인수할 SK텔레콤에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내년 1분기에 하이닉스를 최종 인수할 예정이다. 램버스와의 소송전이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내년 이후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리스크가 없어졌다.
이태명/조귀동 기자 chihiro@hankyung.com
◆120억달러 배상 위기 넘겼다
하이닉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법원에서 진행된 램버스와의 반독점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17일 발표했다. 배심원단은 16일(현지시간) 1심 선고를 앞두고 표결을 한 결과 12명 가운데 9명이 "램버스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소송은 2004년 시작됐다. 램버스는 자신들이 개발한 차세대 D램 기술인 'RD램'이 성능면에서 훨씬 뛰어난데도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인피니언,지멘스 등 반도체 제조사들이 담합해 'DDR(더블데이터레이트)'이란 기술표준을 채택했다고 주장했다. 또 담합으로 39억달러의 손해를 봤다며 피해배상을 요구했다. 램버스는 2005년 6월에도 삼성전자를 상대로 같은 소송을 냈다.
램버스의 공세에 인피니언과 지멘스는 2005년 램버스에 일정액을 주고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조건으로 굴복했다. 삼성전자도 작년 1월 램버스에 7억달러를 지급하고,2억달러 상당의 램버스 주식을 매입하는 조건으로 화해했다.
반면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끝까지 버텼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소송에서 질 경우 램버스가 정한 손해액의 세 배에 달하는 120억달러를 배상해야 하는 위기를 맞을 수 있지만 램버스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판단 아래 화해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배심원 결정에 대해 램버스는 항소할 계획이지만 결과가 뒤바뀌기는 힘들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하이닉스는 지난 5월에도 램버스가 제기한 D램 특허침해 소송 2심에서 이겼다. 당시 소송은 2000년 8월 램버스가 제기한 것으로 1심 법원은 하이닉스에 4억달러의 손해배상금과 로열티를 지급하라고 결정했지만 2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권오철 사장은 "특허침해 소송에 이어 반독점 소송에서도 이기면서 램버스와의 소송전에서 승기를 잡았다"며 "특허괴물들의 무분별한 소송에 앞으로도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램버스 악몽' 완전히 떨쳐내
램버스는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에 공포의 대상이다. 1990년 설립된 이 회사는 원래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특허 괴물'로 변신했다. 1280개에 이르는 반도체 제조특허 기술을 활용,소송을 제기해 로열티를 받아내는 게 주력 사업이다. 올해 예상 매출 2억3300만달러가 모두 로열티 수입이다.
하이닉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램버스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하이닉스의 발목을 잡았다. 하이닉스가 유동성 위기에 몰려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웠던 2000년 특허침해 소송을 냈으며,하이닉스가 워크아웃 상태에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던 2004년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두 소송 모두 회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만한 것이었다.
따라서 하이닉스 입장에선 올 들어 연이은 승소로 11년간 이어진 '램버스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번 승소는 하이닉스를 인수할 SK텔레콤에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내년 1분기에 하이닉스를 최종 인수할 예정이다. 램버스와의 소송전이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내년 이후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리스크가 없어졌다.
이태명/조귀동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