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益' 내팽개친 민주…그들 앞엔 '黨利' 밖에 없었다
민주당이 16일 의원총회에서 결국 국익보다는 당리당략을 택했다. 강경 · 온건파의 맞대결에서 결국 강경파가 판정승을 거둔 것이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야권연대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초반 발언권을 얻은 협상파 의원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고 미국에서도 ISD를 포함해 모든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고 반응한 만큼 실력저지는 말아야 한다"며 당론 변경을 위한 무기명투표를 제안했다. 이에 맞서 강경파 의원들은 "대통령의 제안이 미흡하다"며 '선 ISD 폐기' 주장을 폈다.

'國益' 내팽개친 민주…그들 앞엔 '黨利' 밖에 없었다
74명의 의원이 참석해 6시간 동안 25명의 의원들이 발언을 했다. 당내 협상파 중 강봉균 의원이 가장 먼저 포문을 열었다. 강 의원은 "기존 당론인 '선 ISD 폐기 후 비준동의안 처리'는 비현실적이다.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국민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 17일 뽑히는 새 지도부에게 한 · 미 FTA 처리 권한을 넘기는 것도 한 방법"이라면서 "몸싸움을 먼저 하면 정기국회에서 다른 안건을 처리하는 게 어렵다"고 덧붙였다.

절충안을 주도한 김성곤 의원은 "대통령이 직접 나섰으니 정치의 신뢰를 회복한다는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당론 변경을 위한 무기명 비밀투표를 제안했다. 협상파 의원들은 "실무협의체를 바로 구성해 한 · 미 FTA 발효와 동시에 ISD 협상을 시작하도록 정부에 요구하자"는 내용의 안건을 의총에 올렸다.

반면 송민순 의원은 "대통령이 불쑥 말한 것은 의미가 없다"며 대통령의 제안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ISD를 고칠 수 있는 기구를 만들고 재협상 약속도 문서화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당내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는 정동영 최고위원은 "일단 독 만두를 먹고 3개월 뒤 위장 세척을 하자는 논리"라며 "을사늑약과 한 · 미 F TA는 본질적으로 맥락이 같다"며 강력저지를 주장했다.

이용섭 의원은 "(대통령이 말한) FTA 시행 후 협의 · 논의하겠다는 게 FTA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장애물을 제거한다는 얘기지 ISD와 같은 조문을 완전히 폐기시켜서 이걸 미국 의회에서 다시 비준을 받겠다는 것을 전제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우제창 의원은 "협상파와 강경파 의원 간 차이는 몸싸움을 해서라도 막을 것이냐,비폭력으로 갈 것이냐"라면서 "협상파 의원들은 정부가 발효 즉시 재협상을 담보하면 몸싸움을 안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강경 · 온건파 간 이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도부는 온건파의 비밀투표 요구를 묵살하고 표결 절차 없이 기존 당론 입장을 관철시켰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