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이 100억원대에 불과한 중소기업들의 공모주 청약이 잇따르고 있다. 공모시장이 살아나면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소형 기업공개(IPO)에까지 돈이 몰리고 있어서다. 청약경쟁률이 780 대 1을 넘기도 한다. '묻지마 투자'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매출 100억원 안팎 4곳 공모주 청약

IPO 활황…'다윗 기업' 잇단 코스닥行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쎄미시스코가 오는 18일 코스닥에 상장한다. 이 회사의 작년 매출은 107억원에 불과했다. 상장특례로 지난 7월 중순 증시에 입성한 나이벡 이후 매출 규모가 가장 작다.

외형은 작지만 쎄미시스코에 대한 투자 열기는 뜨겁다. 지난 2~3일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가 경쟁률은 177.13 대 1에 이르렀다. 공모가는 밴드(7000~8000원) 상단을 훌쩍 넘어선 9500원으로 결정됐다. 비싸진 공모가에도 불구하고 일반 청약 경쟁률은 781 대 1에 달했다. 쎄미시스코 IPO 주관사인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밴드 하단으로 공모가를 제시한 기관이 단 한 곳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넥스트리밍 씨유메디칼시스템 디엔에이링크 등도 모두 IPO 공모주 청약을 앞둔 매출 100억원 안팎의 소형 업체다. 디엔에이링크는 지난해 매출 63억원,영업이익 9억원의 실적을 거둔 회사다. 작년 매출 124억원인 넥스트리밍도 총 30억원가량의 공모주 청약을 진행 중이다. 씨유메디칼시스템과 디엔에이링크 등은 내달 중순 일반 청약을 받는다.

◆갈 곳 없는 뭉칫돈 공모주에 몰려

소형 공모주 청약이 많아진 것은 무엇보다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어서다.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자 공모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이후 수요예측을 한 테라세미콘 씨엔플러스 씨큐브 신흥기계 테크윙 YG엔터테인먼트 등 상당수 공모주는 최종 공모가가 밴드 상단을 뚫었다. 장외업체의 한 관계자는 "시중에 돈은 많은데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공모주 투자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상장을 더 미루기 힘든 기업이 많은 것도 한 이유다. 넥스트리밍의 경우 6월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다. 예비심사 승인 이후 6개월 이내에 상장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다음달이 상장 마지노선이다. 일본 기업 파워테크놀로지도 다음달 안에 상장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예비심사 청구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쎄미시스코 디엔에이링크 등도 7월 심사 승인을 받아 여유가 두 달밖에 없다. 시장 자금을 빨아들일 만한 대형 IPO가 없다는 점도 소형 공모주 시장을 활성화하고 있다.

공모주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사의 IPO 담당 임원은 "공모가가 밴드 위에서 계속 결정되면 결국 공모가 밴드 자체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상대적으로 공모주의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