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전기 '환골탈태'…올 수주액 1조2000억
대성전기 '환골탈태'…올 수주액 1조2000억
지난 10일 경기도 안산 대성전기(대표 이철우) 본사.이철우 대표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종이 한 장을 건넸다. 2008년 말 LS그룹이 대성전기를 인수한 후의 변화상이 적혀 있었다. 매출은 2009년 3636억원에서 올해 5700억원(예상치)으로,수주액은 8437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익은 81억원 적자에서 137억원 흑자(예상치)로 돌아섰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대표는 "저도 이렇게 빨리 좋아질지 몰랐다"며 "신제품과 신시장이 만나니 무한한 가능성이 생기더라"고 설명했다.

대성전기는 2008년까지 현대 · 기아차와 거래하던 내수기업이었다. 신제품을 개발하고도 론칭하지 않거나 마냥 고객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 대표는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직원들을 독려하고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해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과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시장을 동시에 공략했다. 글로벌 테크쇼,로드쇼,기술전시회 등 전 세계를 휘젓고 다니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나갔다. 최근엔 일본 완성차 메이커 구매담당자 35명이 단체로 대성전기 공장을 다녀갔을 정도로 위상을 높였다.

노력은 통했다. 중국 5대 로컬 완성차 업체와 미국 크라이슬러를 개척하고 일본에서는 닛산 미쓰비시 스바루를 고객으로 끌어안았다.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GM 르노 등 기존 고객 납품 물량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덕분에 3년 전 0%였던 해외 매출 비중이 올해는 68%로 높아졌다. 이 대표는 "지나가는 차를 볼 때 '저 차에는 우리 부품이 몇 개 들어있구나' 헤아리는 버릇이 생겼다"며 "이제 도요타와 혼다만 남았다"고 의욕을 보였다.

확 달라진 기업 체질이 변화의 원동력이었다. 이 대표는 먼저 "원인을 알아야 해결할 수 있다"며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POP(생산시점 관리) 시스템 등 경영 인프라를 구축하고 회사 사정을 모든 직원이 알 수 있도록 직원 · 부서 간 벽을 허물었다. 부품은 부가가치가 높은 자동차 전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과거에는 스위치와 릴레이 같은 일반 부품이 주력이었지만 지금은 DC컨버터와 발라스트 등 전장 비중이 올해 수주량 기준 43%,매출 기준 80%에 육박한다.

이 대표는 "수주가 아무리 많아도 내부 역량이 받쳐주지 못하면 성장할 수 없다"며 "모든 변화는 임직원의 피와 땀이 기초가 된 혁신의 성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5년간 구자열 LS전선 회장님을 모시며 배운 '글로벌과 R&D' 철학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며 "2016년까지 매출을 1조2000억원으로 끌어올리고 '글로벌 100대 자동차 부품기업'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산=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