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국내 신용평가시장을 대대적으로 수술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기업과 신용평가사의 유착으로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상향 조정되는 '신용등급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다. '신용평가사 지정제'를 도입하고 특정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사의 수수료 의존도를 제한하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한국금융정보학회로부터 '감독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신용평가산업의 발전방향과 정책방안'이라는 주제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제출받아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증권선물위원회를 주축으로 학계,대기업,연구기관,기관투자가,금융감독원이 참여하는 신용평가시장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다음달 초까지 운영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정보학회는 용역보고서에서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해 기업들의 신용평가사를 지정하는 '신용평가사 지정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과거 신용평가에 대한 신뢰도를 검증해 신용평가사를 지정하게 된다. 이를 통해 증권 발행사인 기업이 입맛에 맞는 신용평가사를 골라잡아 유리한 신용등급을 받는 관행을 없애야만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정보학회는 신용평가사의 수수료 모델도 개선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신용평가사가 수수료 대부분을 기업에서 받는 관행을 깨지 않는 한 신용평가사가 독립적으로 신용평가를 하는 건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대안으로는 투자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별도의 신용평가사 신설을 유도하거나 신용평가사가 산정한 등급이 적정한지 성과측정을 공표하자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