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찐 男ㆍ살뺀 女…국민건강영양 조사
한국 남성은 예전에 비해 뚱뚱해지고 술과 담배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녁 약속이 많은 직장 남성들이 과음과 폭식으로 비만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직장 내 스트레스와 불황 한파를 술이나 담배로 이기려는 사람이 많아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20~50대 남자 비만 많아

보건복지부가 14일 발표한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비만율은 30.8%였다. 10명 가운데 3명이 비만이라는 얘기다. 비만 여부는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로 판단한다. 이 수치가 20 미만이면 저체중,20~24일 때 정상체중,25~30인 경우 1단계비만,30 이상은 2단계비만으로 본다.

남성 비만율은 36.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여성 비만율은 24.8%로 2009년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남성 비만율은 1998년 25.1%에서 2001년 31.8%로 올라선 뒤 2008년 35.3%로 잠시 주춤했을 뿐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여성 비만율은 1998년 26.2%에서 2001년 27.4%로 늘어난 뒤 2009년에만 26.0%로 반짝 상승했을 뿐 쭉 내리막길을 걸었다.

남녀 비만율은 연령대별로도 큰 차이를 보였다. 12~18세 청소년기에는 남성과 여성이 각각 13.3%,12.0%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20대 들어 이 비율은 각각 28.3%와 12.1%로 두 배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30대에서는 차이가 더 커져 남녀 비만율이 각각 42.3%,19.0%를 기록했다.

40대(41.2%,26.7%)부터는 남녀간 비만율 격차가 다시 좁혀졌다. 50대에서도 남성 37.8%,여성 33.8%로 큰 차이가 없었다. 60대부터는 추세가 재역전돼 남성(37.8%)보다 여성(43.3%)의 비만율이 더 높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20~30대 여성들은 몸매와 다이어트에 신경을 쓰다 보니 비만율이 계속 내려가는 반면 남성은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20~30대 이후 50대까지 비만 체질이 됐다가 은퇴와 함께 건강 관리에 나서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성인병 위험 높아

비만은 정상 체중에 비해 고혈압 당뇨 이상지혈증 등을 일으킬 확률이 두 배 이상 높다는 게 복지부의 분석이다. 이번 조사에서 30세 이상 비만 성인은 정상 체중인 사람에 비해 고혈압은 2.5배,당뇨 2.0배,고콜레스테롤혈증 2.3배,고중성지방혈증 2.4배,저HDL콜레스테롤혈증은 2.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30세 이상 고혈압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도 모두 전년보다 증가했다.

비만은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는' 생활습관 탓에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비만율이 가장 높은 30대 남성은 하루 권장 섭취량 대비 에너지 섭취량은 112.0%로 높았지만 중등도(주 5회 30분 운동)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은 23.6%에 불과했다.

◆남성 음주 흡연 늘어

19세 이상 성인 흡연율은 지난해 27.5%로 전년보다 0.3%포인트 증가했다.

월 1회 이상 음주하는 남성도 2008~2010년 74.6%에서 77.8%로 꾸준히 증가했다. 여성은 43%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전국 3840가구에 속한 만 1세 이상 1만명을 상대로 실시됐다. 건강검진,건강설문,영양검사 등 3개 영역,525개 항목으로 나눠 진행됐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