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의 한 노인요양병원에 살고 있는 A씨(78)는 기초생활수급자다. 몸에 크게 불편한 데가 없는데도 2005년부터 지금까지 이곳에 쭉 머물고 있다. 물론 의료비는 전액 국가에서 나온다. 게다가 정부는 그에게 매달 생계 급여 25만원,기초노령연금 9만원 등을 포함해 50여만원의 용돈(?)도 주고 있다.

A씨는 만 65세가 되던 해에 맞춰 재산을 전부 처분하고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획득했다. 그에게는 자녀 셋이 있다. 올해 48세인 아들과 50세인 며느리는 둘 다 시중은행을 다니다 2005년 퇴직했다. 아들은 이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고 부동산사무소를 개업했다. 공장과 토지 중개를 전문으로 매년 억대 수입을 올린다. 물론 중개수수료의 대부분은 현금으로 계산한다. 그러다 보니 실제 드러나는 소득은 거의 없다.

그의 누나인 A씨의 딸도 현재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자녀를 해외 유학까지 보냈다.

정부는 지난해 A씨 자녀의 재산 및 소득 등을 조사해 이 같은 부정수급 사실을 적발했다. 실제 아들 부부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김해에 아파트를 2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2년간 부정수급으로 인한 이득만도 2500만원에 달했다.

복지 전달 체계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정작 받아야 할 사람은 못 받고 엉뚱한 사람이 '눈먼 돈'을 타 간다. 소득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부모를 기초수급자 못 만드는 사람은 바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복지예산이 매년 급증하지만 정책 만족도가 오히려 떨어지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부모를 기초생활수급자 못 만들면 바보"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현재 기초생활수급자(148만명)의 부양의무자 207만명 가운데 상시근로소득자(직장인)는 15.9%(33만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소득이 없거나 자영업자로 신고돼 있다.

정부는 이들 중 상당수가 부당하게 혜택을 받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복지 예산 확대보다는 먼저 수급자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복지 전달체계를 효율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양극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어느 정도의 복지예산 확대는 불가피하겠지만 그보다 복지 전달체계를 효율화하는 작업이 우선시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호기/남윤선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