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 진흙탕 빠진 이탈리아…몬티 총리 '새 장화' 통할까
이탈리아 새 총리에 13일(현지시간) 마리오 몬티 상원의원(68)이 지명됐다. 몬티 지명자는 하루빨리 차기 정부를 출범시켜 정국을 안정시키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인 정부부채 규모를 감축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그는 조르조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의 지명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아는 유럽연합(EU) 내에서 허약한 구성원이 아니라 다시 한번 강한 구성원이 돼야 한다"며 "현재의 비상 상황에서 신속하게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이탈리아는 단결된 노력으로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정위기 진흙탕 빠진 이탈리아…몬티 총리 '새 장화' 통할까
몬티 지명자는 새 내각 구성을 마치고 의회에 위기 탈출 및 경제개혁 방안을 설명한 뒤 상 · 하 양원의 신임투표를 통과해야 총리직에 공식 취임한다. 이 절차에는 며칠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그는 총 12명의 장관을 새로 임명해야 한다. 차기 재무부 장관에는 로렌초 비니 스마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몬티 지명자는 이탈리아 재정상태를 치유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몬티 내각은 경제위기 타개와 개혁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 정치색이 옅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 내각의 첫 임무는 1조9000억유로의 정부부채를 줄이기 위해 지난 주말 의회를 통과한 경제 안정화 및 개혁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다. 경기 부양을 위한 감세,국유재산 일부 매각,2026년까지 연금 지급연령 67세로 상향 조정,노동시장 유연화 등이 포함돼 있다.

몬티 지명자가 ECB 집행이사를 지내면서 쌓아온 국제 인맥은 단기적으로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스 레글링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총재가 금융시장이 계속 동요하면 이탈리아 지원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불안한 정치 상황이 몬티 지명자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여전히 의회 다수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휘하에 있는 상황에서 몬티 지명자의 행동 반경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은 몬티 내각 출범을 지지하고 있지만 여당 내 연정 파트너인 북부연맹은 반대하고 있다. 움베르토 보시 북부연맹 총재는 "현재로서는 몬티를 지지하지 않으며 좀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