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파워게임'…환율ㆍ무역 가시돋친 설전
"G2(주요 2개국)가 경제 패권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본격화하고 있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고향인 하와이에서 12일(현지시간) 개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대한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들의 평가다. 미국은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G2 반열에 오른 중국을 상대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은 공정한 게임의 룰을 지켜야 한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또 다른 카드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꺼내들었다. 때마침 일본이 TPP 협상에 참여하겠다고 공식 선언,중국을 더 거세게 몰아붙일 수 있게 됐다. 미국의 이 같은 압박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글로벌 경제정책 결정에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돼야 한다고 맞섰다.

◆오바마-후진타오, 날카로운 신경전

오바마 대통령과 후 주석은 위안화 환율과 보호무역 등의 이슈를 둘러싸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후 주석과 가진 양자회담에서 "미국은 중국의 느린 경제개혁 속도에 좌절하고 있다"며 위안화 절상을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APEC 최고경영자(CEO) 비즈니스 서밋 연설에서도 "중국은 공정한 게임의 룰을 따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강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위안화 가치가 지나치게 낮아 미국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후 주석은 글로벌 경제정책에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돼야 한다고 응수했다. 그는 "유럽 경제가 위기에 빠진 현 상황에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가 글로벌 경제 성장을 지탱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미국은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 중국과 무역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상호 존중을 강조했다.

고실업과 주택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은 지속적으로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 규모가 1조1150억달러에 달해 중국을 함부로 압박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미국 국채의 대량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도 최근 수출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돼 위안화 절상에 반대하는 자국 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APEC에서 위안화 절상과 관련해 이렇다 할 합의가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전망했다.

◆또 다른 카드 TPP

G2 대결 양상은 TPP를 둘러싸고도 가시화됐다. 일본이 전격적으로 협상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하면서 TPP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유럽연합(EU)보다 큰 세계 최대 경제권으로 떠올랐다.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서 미국은 중국을 제외한 동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를 포함한 '통상체제'를 구축한 셈이 됐다.

중국은 이에 맞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FTA,대만과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하는 등 아시아에서 자국 중심의 경제 질서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