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주가와 부동산값 하락의 여파로 자산보다 부채 증가율이 더 높았다. 생활비 등에 쓰이는 금융부채가 많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고소득 가구가 부채를 상대적으로 많이 지고 있어 상환 능력은 양호한 편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재무건전성이 악화하는 추세여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생활비 더 많이 빌려썼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2011년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가구당 평균 부채는 5205만원으로 1년 전(4618만원)보다 12.7% 증가했다. 반면 자산은 평균 2억9765만원으로 7.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가계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자산증가율보다 두 배 가까이 빨랐다. 부채 가운데 금융부채 증가율(14.2%)이 임대보증금 증가율(9.5%)보다 높았다. 노동자들과 자영업자들이 생활비나 가계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금융회사에서 빌리고 있다는 얘기다. 주택담보대출은 2850만원(54.8%)으로 전체 금융대출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순자산 지니계수는 지난해 0.628에서 올해 0.619로 낮아졌다. 이 수치가 낮아지면 자산불평등도가 개선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순자산 지니계수(0~1)는 순자산의 분포상태를 나타내는데 0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도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과 주식 가격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50대가 부채 가장 많아

부채가 있는 가구 비중은 30~50대가 70%대로 가장 많았다. 30세 미만은 48.8%,60대 이상은 42.9%만이 부채를 갖고 있었다. 부채 규모는 50대가 평균 6895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베이비붐 세대인 이들은 자식 교육이나 주택 마련을 위해 과도한 지출을 하면서 부채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50대 다음으로는 40대 6469만원,30대 4609만원,60대 이상 3898만원,30세 미만 1268만원 순이었다.

그러나 부채증가 속도는 젊은 층이 가장 가팔랐다. 30세 미만 가구의 평균 빚은 1268만원으로 1년 만에 35.4% 급증했다. 이어 30대(15.7%),40대(14.9%),50대(10.8%),60세 이상(6.2%) 순이었다. 총자산 대비 총부채 비중은 30대가 22.2%로 가장 높았다. 30대는 주택대출 원리금 상환을 막 시작하는 때여서 대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유형별로는 직업 특성상 사업자금 대출이 많은 자영업자의 부채보유 가구 비중이 74.2%로 가장 높았다.

◆가계부채 상환 능력 안심 못해

소득을 5분위 계층으로 구분했을 때 상위 40% 계층(4,5분위)이 부채의 69.1%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하위 20% 가구는 상대적으로 부채보유 가구 비중(32.8%)도 낮고,부채 규모(1445만원)도 작았다. 돈을 잘 버는 가구가 빚을 많이 져 부도를 낼 가능성이 그만큼 낮은 것으로 풀이됐다. 가계 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섰지만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의 근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소득층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부담이다.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중은 109.6%로 전년 대비 6.3%포인트 증가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도 2.2%포인트 증가한 18.3%를 기록했다.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한 부채보유 가구 비중은 올해 74.2%로 2.4%포인트 증가했다. 10가구 중 7가구 이상이 빚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서욱진/서보미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