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재정 위기가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옵션만기일을 맞아 코스피는 장 막판 낙폭을 키우며 5% 가까이 빠졌다. 코스닥도 4% 이상 하락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1.5% 뛰었다.

1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94.28포인트(4.94%) 떨어진 1813.25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 미국 뉴욕 증시는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7%를 넘어선 탓에 3% 이상 급락했다. 국채 금리가 7%를 웃돌면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스피지수도 2% 이상 뒤로 밀리며 출발, 단숨에 1850대로 미끄러졌다. 시간이 갈수록 외국인의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지수는 슬금슬금 낙폭을 키우더니 1830대까지 무너뜨렸다.

장 막판에는 이날 내내 매수 우위를 지키며 장을 지지해오던 프로그램까지 옵션만기일을 맞아 순매도로 전환하면서 1810대로 주저앉았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전날 1081조6586억원에서 1037조1937억원으로 44조4649억원이 증발했다.

외국인은 이틀 연속 순매도세를 보이며 5049억원 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차익 거래를 통해서는 1951억원이 들어온 반면 비차익 거래를 통해서는 3156억원이 빠져나가 전체 프로그램은 1205억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기관은 장중 순매도와 순매수를 오가다 결국 915억 매수 우위로 장을 마감했다. 개인도 6557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모았다.

모든 업종이 하락했다. 은행, 건설업은 6% 이상 폭락해 낙폭이 두드러졌다. 기계, 운수장비, 증권, 서비스업, 금융업, 철강급속, 전기전자는 5%대 하락세를 나타냈다. 제조업, 화학, 종이목재, 운수창고, 통신업, 의료정밀은 4% 이상 빠졌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대부분 미끄러졌다. 시총 100위권 내에서는 KT&G, LG생활건강, 현대글로비스, 한전기술 4개 종목을 제외하고 일제히 하락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5.08%, 현대차는 5.74%, 포스코는 5.35% 빠졌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탈리아까지 쓰러지면 손을 쓸 수 없어지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유럽 문제 해결에 대한 대책이 나오지않는다면 지수가 추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며 "삼성전자, 현대차 등 증시를 이끌던 주도주들의 주가 향방을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1800선이 1차 지지선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장 중 합성선물 매도가 많이 들어왔는데 옵션만기일을 맞아 동시호가 때 출회되면서 장 막판에 증시가 20포인트 가량 더 떨어졌다"며 "만약 밤새 해외 시장에서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다음날 지수가 20포인트 정도 갭 상승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코스닥지수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0.64포인트(4.05%) 내린 488.77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666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은 9억원, 개인은 683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원·달러 환율도 1% 이상 뛰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6.80원(1.50%) 오른 1134.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승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지수가 1900선을 웃돌았는데 이 부근에서 풋옵션을 산 투자자라면 지수가 떨어질수록 이익이라 적극적으로 현물을 매도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 상승이 가장 큰 악재긴 했으나 옵션만기일이라는 이벤트까지 겹쳐 환율 상승폭 대비 증시가 크게 떨어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프로그램 매매는 이날 부담을 덜어 가벼워졌을 것"이라며 "국가지자체의 경우 베이시스(선·현물 가격차)가 개선되면 언제든지 자금을 재유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단기적으로는 외부악재의 진행 정도를 계속 주시해야 한다"며 "이날 오후 7시부터 열리는 야간 선물 동향에 관심이 집중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