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공사 부채 늘어도 요금 동결
박원순 서울시장은 10일 예산안 브리핑에서 "시와 SH공사 등 산하기관의 적극적 재정관리를 통해 2014년까지 부채 7조508억원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선거 때 내세웠던 공약인 부채 7조원 감축을 이행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부채 감축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시의 내년도 예산규모는 올해보다 5.9% 늘어난 21조7973억원에 달한다. 2009년 이후 2년 연속 감소하던 예산규모가 처음으로 증가한 것이다. 서울시는 "최근 경기회복으로 지방소득 · 소비세가 증가한 데다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면서 취득세 등이 늘어난 게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복지 예산이 올해 대비 6000억원가량 늘어난 것도 또 다른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내년도 서울시민 1인이 부담할 세금은 8만6000원 늘어난 122만6000원에 달한다. 전국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높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시민들의 세금 부담은 줄여가는 게 맞다"며 "그러나 시민들이 낸 세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돌려주는 것도 큰 혜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번 복지 분야에 들어간 예산은 나중에 줄이기가 힘들다는 게 문제다. 복지예산은 고정예산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게다가 박 시장이 임기 내내 복지를 늘리겠다고 밝힌 만큼 관련 예산은 앞으로 한동안 불어날 전망이다.

대신 박 시장은 7조원 부채절감을 위해 내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시는 1조3032억원,SH공사는 7조1369억원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내년엔 SH공사가 마곡 · 은평 · 문정지구 등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해 2502억원의 부채를 줄일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서울메트로 등의 지하철 공사 부채는 2014년까지 오히려 1조2801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가 이하의 교통비용과 함께 무임수송에 대해 국고보조가 지원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도 버스 · 지하철 교통요금은 당분간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