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카니 금융안정위원회(FSB) 회장은 8일 "유로존 재정위기가 글로벌 유동성을 고갈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위기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 2008년 금융위기와 유사하다"는 진단도 잇따르고 있다. 유럽이 왜 '확실한 결단'을 못 내리는지 독일 등 위기 해결의 키를 가진 3대 핵심 주체의 고민을 살펴본다.

◆여전히 인플레이션 악몽 꾸는 독일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은 최근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주변국들로부터 "돈을 풀라"는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 "독일중앙은행(분데스방크)이 보유하고 있는 금이라도 내놔라"(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는 요청이 거세다. 그리스(3600억유로)와 이탈리아(1조9000억유로)의 빚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독일이 돈을 푸는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독일은 수천억유로 규모 구제비용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독일 외환보유액은 1814억유로로 유럽 최대지만 그리스 국가부채의 절반 규모에 불과하다. 여기에 1차 세계대전 직후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고전했던 역사적 경험도 독일의 행동폭을 좁히고 있다.

◆ECB, 국채 매입 계속할까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연일 치솟으면서 ECB의 국채 매입 규모와 기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ECB의 개입이 없을 경우 안정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ECB의 국채 매입 여력은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ECB는 1830억유로 규모 유로존 국채를 사들였다. 최근 13주간 매입 규모는 1090억유로나 됐다. ECB의 국채 매입 한계가 3000억유로로 추정된다.

◆"나부터 살자" 전전긍긍 은행

그리스,이탈리아 국채 등에 물린 유럽 은행들은 '나부터 살고 보자'는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다. 독일 2위 은행 코메르츠방크는 최근 한시적으로 독일 이외 지역 대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은 러시아와 루마니아,체코 지역 사업부문을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또 그리스 국채를 50% 손실 조치키로 한 것을 이탈리아,스페인 등에 확대 적용하는 데도 손사래치고 있다.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회장은 "그리스 국채 손실에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은 예외적 상황"이라며 유럽 은행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