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의 자금지원을 받게될 경우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NYT)가 6일(현지 시간) 경고했다.

NYT는 `중국의 자선'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EU 지도자들이 재정 안정화를 위한 추가적 조치에 합의하자마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투자를 요청했고, EFSF의 최고경영자(CEO)인 클라우스 레글링도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베이징을 찾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사설은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3조달러를 넘고 이 중 25%는 EU 채권에 투자하고 있기는 하지만, `잘 사는' EU가 중국의 자선을 기대하는 것은 보기에도 흉하고(unseemly) 좋은 정책도 아니라고 했다.

중국이 재정 지원을 빌미로 자국의 인위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정책과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묵살하려 들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EU 입장에서는 중국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고 NYT는 설명했다.

유럽이 재정위기 해결에 어려움을 겪는 근본적인 이유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치적 의지의 부재 탓이라는 인식이다.

이와 관련, 타임스는 EU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넘는 총 1조4천억달러 규모의 EFSF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데다, 독일을 비롯한 부국들은 자금을 융통할 광범위한 수단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10년물 독일 국채가 수익률이 2%도 안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반면 하루 2달러 이하에 사는 빈곤층이 수억명에 달하는 중국은 당장 해외 투자보다는 자국의 사회안전망 확충에 투자하는게 더 시급하다고 NYT는 주장했다.

중국은 자국민으로 하여금 저축을 지나치게 많이 하고 지출은 과도하게 줄이도록 유도하는 왜곡된 금융시스템도 뜯어고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인위적인 환율정책과 외국 지적재산권의 침해, 자국 기업에 부당한 혜택을 주기 위한 원자재의 불법적 수출금지 등 중국의 모든 약탈적 무역정책이 세계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의 전부라며 EU와 미국은 이런 중국의 영향력을 키워줄 것이 아니라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설은 EU가 자력으로 재정위기를 해결하려면 예산부담이 커지고 다른 시급한 사업이 피해를 보기도 하겠지만 중국을 구원투수로 끌어들이면 그 대가가 더욱 혹독해질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뉴욕연합뉴스) 정규득 특파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