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엉덩이를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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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지난해 우리나라에선 하루 평균 700명씩 세상을 떠났다. 가장 큰 원인은 암.남성은 3명 중 1명,여성은 5명 중 1명 꼴이었다. 종류는 폐암 · 간암 · 위암 순.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술 · 담배 · 스트레스가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담배는 대표적이다. 흡연은 암 발생 위험을 20배나 높인다고 돼 있다. 담배 외에 미세먼지와 주방 연기도 해로운 것으로 드러났다. 술도 문제다. 하루 평균 네 잔 이상이면 안마시는 사람보다 위암 확률이 갑절 이상 높아진다는 가운데 여성은 하루 와인 두 잔만으로 유방암 위험이 50% 증가한다는 보고도 나왔다.
지속적인 스트레스 또한 주적으로 꼽힌다. 미 듀크대 로버트 레프코위츠 교수팀이 생쥐에게 몇 주 동안 고농도 아드레날린을 투여해 만성 스트레스와 동일한 조건을 만들었더니 각종 자극으로부터 유전자 변형을 막는 핵심 단백질인 p53의 수치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번엔 엉덩이가 무거운 게 탈이란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는 소식이다. 미국 암연구소(AICR) 연례총회 보고서에 실린 것으로 매년 발생하는 새로운 유방암과 대장암 중 10만건은 오래 앉아 있는,이른바 '좌석병'과 관련 있다는 내용이다. 앉은 자리에서 한참동안 꼼짝하지 않으면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C-반응성 단백질이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세계암연구기금 역시 건강한 생활습관과 다이어트만으로 연간 280만명의 암 환자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체온이 1도 올라가면 면역력이 5~6배 강해진다. 체온을 올리자면 움직여야 한다"(이시하라 유미 박사)는 조언에도 불구,다들 좀처럼 의자에서 일어설 줄 모른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바쁘다,시간이 아깝다,컴퓨터로 다 해결할 수 있다,귀찮다,사람들과 부딪치기 싫다 등.하지만 그렇게 자리에서 뭉개다간 영영 움직이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는 경고다. 몸만 그러하랴.생각도 바꿀 줄 모르고 한 가지에 너무 오래 매달리면 둔하고 탁해지게 마련이다. 뭐든 머무르면 고이고, 고이면 썩는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