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엉덩이를 가볍게
설탕물을 먹는 흰쥐에게 구토제를 주사했다. 설탕물을 구토제로 여긴 쥐는 주사를 중단했는데도 시름시름 앓다 죽었다. 착각만으로 면역체계가 악화됐단 얘기다. 스트레스가 면역세포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한 미국 로체스터대학 로버트 아더 박사의 연구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선 하루 평균 700명씩 세상을 떠났다. 가장 큰 원인은 암.남성은 3명 중 1명,여성은 5명 중 1명 꼴이었다. 종류는 폐암 · 간암 · 위암 순.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술 · 담배 · 스트레스가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담배는 대표적이다. 흡연은 암 발생 위험을 20배나 높인다고 돼 있다. 담배 외에 미세먼지와 주방 연기도 해로운 것으로 드러났다. 술도 문제다. 하루 평균 네 잔 이상이면 안마시는 사람보다 위암 확률이 갑절 이상 높아진다는 가운데 여성은 하루 와인 두 잔만으로 유방암 위험이 50% 증가한다는 보고도 나왔다.

지속적인 스트레스 또한 주적으로 꼽힌다. 미 듀크대 로버트 레프코위츠 교수팀이 생쥐에게 몇 주 동안 고농도 아드레날린을 투여해 만성 스트레스와 동일한 조건을 만들었더니 각종 자극으로부터 유전자 변형을 막는 핵심 단백질인 p53의 수치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번엔 엉덩이가 무거운 게 탈이란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는 소식이다. 미국 암연구소(AICR) 연례총회 보고서에 실린 것으로 매년 발생하는 새로운 유방암과 대장암 중 10만건은 오래 앉아 있는,이른바 '좌석병'과 관련 있다는 내용이다. 앉은 자리에서 한참동안 꼼짝하지 않으면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C-반응성 단백질이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세계암연구기금 역시 건강한 생활습관과 다이어트만으로 연간 280만명의 암 환자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체온이 1도 올라가면 면역력이 5~6배 강해진다. 체온을 올리자면 움직여야 한다"(이시하라 유미 박사)는 조언에도 불구,다들 좀처럼 의자에서 일어설 줄 모른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바쁘다,시간이 아깝다,컴퓨터로 다 해결할 수 있다,귀찮다,사람들과 부딪치기 싫다 등.하지만 그렇게 자리에서 뭉개다간 영영 움직이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는 경고다. 몸만 그러하랴.생각도 바꿀 줄 모르고 한 가지에 너무 오래 매달리면 둔하고 탁해지게 마련이다. 뭐든 머무르면 고이고, 고이면 썩는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