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년도 저소득층 생계 · 의료비 지원을 위해 복지예산을 최대 6000억원 늘릴 예정이다. 앞서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까지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복지정책 확대의 연장선상이라는 분석이다. 내년도 무상급식 지원금도 기존안에 비해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서울시민생활 최저기준선' 만든다

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최근 복지건강본부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시민생활 최저기준선을 빨리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6일 전했다. 박 시장은 후보 때 "모든 시민이 누구나 누려야 할 최소한의 복지기준선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현재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기준은 농촌과 지방을 포함해 획일적"이라며 "(서울이) 대도시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기준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4인 가구 최저생계비(143만9413원) 이하 소득으로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된 서울시민은 올해 21만5329명에 달한다. 지원되는 기초생활비는 생계비 5000억원과 의료비 6000억원 등을 포함해 1조2000억원 수준이다. 이 혜택에서 제외된 차상위계층(최저생계비 100~120% 소득자)에도 기초생활비를 지원하겠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시내 차상위계층을 약 23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는 전문용역비 3억원을 투입해 내년 초까지 시민생활 최저기준선을 도출한 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키로 했다. 복지건강본부 관계자는 "기존 차상위계층의 절반만 추가되더라도 최대 6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상급식 예산도 대폭 늘어날 듯

시가 부담하는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부터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무상급식 비용을 서울시가 더 분담해 줄 것을 요청하기 때문이다. 무상급식 예산은 교육청이 50%,서울시가 30%,자치구가 20%씩 분담하고 있다. 앞서 박 시장은 취임 첫날 내년부터 중1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마련한 예산안에는 초등생 무상급식 비용 1148억5000만원만 편성돼 있다. 중학교 1학년 무상급식에 소요되는 총 예산 553억원 중 시교육청이 부담해야 하는 50%인 276억5000만원은 배정돼 있지 않은 것이다. 시교육청의 중1 무상급식 도입 예산 분담 요청에 박 시장이 동의할지가 관심거리다.

◆복지 예산은 눈덩이처럼 증가

박원순, 시민생활 최저기준 새로 만든다
박 시장은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182억원)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약 200억원)에 이어 공공보육시설 확충(800억원),청년 벤처기업 1만개 육성(1000억원) 등의 정책도 추진할 방침이다. 공공임대주택 확대 보급을 위해서도 4000억원가량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 분야 강화를 위한 내년도 직접 예산에만 최소 1조원이 훌쩍 넘는다.

올해 서울시 전체 예산은 20조2304억원으로 계속사업비와 인건비 등 고정비를 빼면 박 시장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5000억원 정도다. 이 예산에다 전임 시장이 추진했던 한강 르네상스 등 건설사업을 줄이면 복지 예산을 늘리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 박 시장 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시 기획조정실은 최근 132개 주요 사업예산 1조235억원 중 4000억원가량을 줄이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늘어나는 복지 예산을 충당키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시장이 내세웠던 임기 중 재정부채 7조원 감축이 사실상 힘들 것이란 설명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