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정치인 출판 기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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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글쓰는 이들의 꿈은 한결같다. '내 책이 불티나게 팔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면!' 현실은 그러나 늘 모진 법.책을 내본 사람은 10만부는커녕 1판 2쇄(1쇄 2000~3000부) 찍기도 쉽지 않다는 걸 안다.
그러니 책에 대한 평가와 판매 모두 순수 독자에게 맡기려는 저자에게 출판기념회는 부질 없는 짓이요 사치다. 긴 세월 공들여 출간한 책인 만큼 주위에 알리고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어도 행사장 임대와 초청장 발송 등 번거로운 일이 따르는데다 주위에 민폐를 끼칠까 저어하는 마음에 그만두는 게 보통이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책만 냈다 하면,아니 억지로라도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연다. 매년 국정감사와 예산 심의 전에 부쩍 많아지고,올해처럼 총선(2012년 4월11일)을 앞둔 시점엔 더더욱 늘어난다. 실제 지난 추석 이후 국회 의원회관 대 · 소 회의실은 연일 출판기념회로 북적거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걷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법 제한을 받지 않아 금액한도와 모금액수,횟수에 제한이 없는데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할 필요도 없다. 선거일 90일 전부터 금지되지만 그 이전엔 어디서 몇 번을 하든 상관없다.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간혹 정성 들여 펴낸 듯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역과 대한민국,자신의 이름에 삶 · 정치역정 · 철학 · 비전 · 희망 등의 단어를 더한 제목 아래 신문 잡지에 기고했던 자화자찬 에세이나 의정보고서를 담은 것들이다. 심지어 여기저기서 찍은 증명사진 종류를 모은 화보집 같은 것도 있다.
애당초 읽으라고 펴내는 게 아니란 얘기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사람 역시 왔다갔음을 알리는 게 목적인 만큼 책엔 관심도 없다. 그저 방명록에 서명하고 봉투를 전달한다. 책값만 넣는 게 아니어서 3000만원가량 들여 출판하면 1억원에서 3억원까지 거둔다는 마당이다.
탈법적 모금이란 비판에도 불구,자제하는 건 고사하고 여야 의원 15명이 함께 출판기념회 범주에 서화전과 바자회를 포함시키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도 한다. 책을 내자면 아무래도 품과 밑천이 드니 아예 본전 안드는 장사를 하고 싶은 모양이다. 종이와 인쇄비를 생각하면 그게 더 나을지 모른다. 대필작가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문제만 아니라면.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그러니 책에 대한 평가와 판매 모두 순수 독자에게 맡기려는 저자에게 출판기념회는 부질 없는 짓이요 사치다. 긴 세월 공들여 출간한 책인 만큼 주위에 알리고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어도 행사장 임대와 초청장 발송 등 번거로운 일이 따르는데다 주위에 민폐를 끼칠까 저어하는 마음에 그만두는 게 보통이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책만 냈다 하면,아니 억지로라도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연다. 매년 국정감사와 예산 심의 전에 부쩍 많아지고,올해처럼 총선(2012년 4월11일)을 앞둔 시점엔 더더욱 늘어난다. 실제 지난 추석 이후 국회 의원회관 대 · 소 회의실은 연일 출판기념회로 북적거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걷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법 제한을 받지 않아 금액한도와 모금액수,횟수에 제한이 없는데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할 필요도 없다. 선거일 90일 전부터 금지되지만 그 이전엔 어디서 몇 번을 하든 상관없다.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간혹 정성 들여 펴낸 듯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역과 대한민국,자신의 이름에 삶 · 정치역정 · 철학 · 비전 · 희망 등의 단어를 더한 제목 아래 신문 잡지에 기고했던 자화자찬 에세이나 의정보고서를 담은 것들이다. 심지어 여기저기서 찍은 증명사진 종류를 모은 화보집 같은 것도 있다.
애당초 읽으라고 펴내는 게 아니란 얘기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사람 역시 왔다갔음을 알리는 게 목적인 만큼 책엔 관심도 없다. 그저 방명록에 서명하고 봉투를 전달한다. 책값만 넣는 게 아니어서 3000만원가량 들여 출판하면 1억원에서 3억원까지 거둔다는 마당이다.
탈법적 모금이란 비판에도 불구,자제하는 건 고사하고 여야 의원 15명이 함께 출판기념회 범주에 서화전과 바자회를 포함시키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도 한다. 책을 내자면 아무래도 품과 밑천이 드니 아예 본전 안드는 장사를 하고 싶은 모양이다. 종이와 인쇄비를 생각하면 그게 더 나을지 모른다. 대필작가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문제만 아니라면.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