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정예강군의 길, 국방경영에 달려
미국 케네디 정부의 국방장관을 지낸 로버트 맥나마라는 국방에 경제적 개념을 접목해 당시 비대해진 국방부의 예산과 전략을 합리화한 인물이다. 그는 국방이 '독특한 접근을 필요로 하는 특수한 분야가 아니라,다른 분야에서처럼 자원의 배분과 사용에 관해 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며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심각한 정부 재정적자 문제를 겪고 있는 많은 국가들에 그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우리나라 역시 경제위기로 인한 국가채무 증가와 서민생활 안정,복지수요 증대 등 사회 전반적으로 재정소요가 늘어나 정부의 재정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방 분야도 국방개혁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국방정책을 위한 소요가 지속적으로 증대하고 있으나 어려운 정부 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대폭적인 국방예산 증액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 따라서 국방경영 효율화를 통해 비효율적인 부분을 제거하고 꼭 필요한 분야에 재원을 우선 투자해야 하는 필요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최근 선진국들도 부족한 국방재원 확보를 위해 다방면의 효율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예산절감 방안을 수립해 추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의회에서 향후 10년간 3500억달러 규모의 국방비 삭감이 결정돼 보다 강도 높은 효율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영국도 정부의 재정위기로 인한 국방비 삭감계획에 따라 2020년을 목표로 과감한 국방개혁을 추진함과 동시에,해리어 전투기나 퇴역 항공모함 등과 같은 군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등 예산절감을 위한 대대적인 노력을 쏟고 있다.

국방부도 지난해부터 '국방예산 개선추진 점검단'을 구성해 예산 전 단계에서 낭비적 요소를 제거하고,예산 운영의 효율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약 80여개 과제를 발굴해 2011~2015년간 약 1조4000억원의 예산 절감방안을 내놨다. 또한 민 · 관 · 군 전문가가 참여하는 '전력소요 검증위원회'를 신설해 전력증강사업의 소요 타당성과 적절성을 검증함으로써 방위력 개선사업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강화했다.

아울러 국방 정책 및 제도 개선을 통해 국방업무 전반에 대한 프로세스의 혁신도 도모했다. 일례로 가격 상승이나 경쟁업체 진입제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던 과도한 국방규격을 완화하거나 폐지해 민간의 우수한 상용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국방경영 효율화를 통해 절감된 재원은 2012년 국방예산안에 반영해 '전투형 군대 육성'과 '장병 사기 ·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에 우선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앞으로 안정적인 국방개혁 추진 등을 통해 선진화된 정예강군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재원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적정 규모의 국방비를 확보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어려운 정부의 재정여건 등을 고려할 때,국방예산을 확보하는 것 못지않게 확보한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쓰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

논어(論語) 학이편(學而篇)에 '나라의 재물을 아껴 쓰는 것이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절용애인(節用愛人)'의 지도자 덕목이 나온다. 이는 재물을 아껴서 백성을 위해 써야 할 곳에는 써야 한다는 의미로 우리의 국방경영 효율화를 위한 적절한 방향을 제시해 주는 듯하다. 이런 방향에서 국방부는 선택과 집중에 의한 전략적 투자를 통해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지속적인 국방경영 효율화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 또한 전 군(軍)에 경영마인드 확산은 물론 민간의 우수한 자원을 활용하는 기회를 확대해 '저비용 · 고효율의 선진 국방운영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용걸 < 국방부 차관 >